지난 7월30일에는 조직위원회 임원을 포함한 50여명의 실무책임자가 모여, 6월 27일-29일 3일간 개최되었던 대한의사협회(의협) 종합학술대회에 대한 평가회를 열었다. 과거 있었던 평가회와는 달리 추무진 의협회장과 의협임원들이 참석하여 성공적인 대회를 위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였고, 연이은 학술, 전시, 사회정책, 홍보, 진행분과위원장들의 발표에서도 제34차 학술대회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며 자축하는 분위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의협 학술대회는 1961년 제13차 대회에서부터 각 분과학회가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로'종합학술대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1991년 제27차 대회부터 규정에 근거하여 의협의 일반 회무와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의협의 정관 제52조 '학술대회'에서는 '매3년 1회 각 학회 공동으로 개최하며, 행사준비, 계획 및 시행을 위한 상설기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예산 운용 및 사무집행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의협 집행부와는 별도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의 회비 중 일부를 3년 간 적립하여 별도의 예산으로 집행하고 있다. 1960년 대에는 기본적인 30여개의 학문분야를 다루는 학술단체가 있었으나, 의학의 발전과 함께 각 단체의 회원 수의 양적 증가와 함께 학술단체의 수도 가파른 증가를 보여 왔다. 대한의학회에는 2014년 4월 8일 현재 158개의 학회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물론 국내에서 학술활동을 하고 있는 학회의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매년 십 수 차례의 국제의학학술대회가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분과학회의 공동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종합학술대회의 참가 학회 수는 지난 10여년 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지난 제33차 학술대회에는 10개 기초의학회 외 26개 임상관련 학회만 참여하였고, 특히 내과학회가 참여를 유보하면서 전시유치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대회기간 3일간 건강달리기와 음악회를 포함하여 참석 연인원은 5,600여명에 불과하였다. 특히 서울에서 개최되는 종합학술대회 기간 중 권역별 학술대회라는 명칭으로 경인지역을 제외한 전국 4개 권역(대전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에서 별도의 학술대회를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전국 의사가 참여한다는 종합학술대회의 취지가 퇴색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모든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학술모임, 의협종합학술대회가 1947년 1회 대회 이후 33차례 개회되는 동안 우리나라 의학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고, 의료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을 하기에 이르렀으나 정작 학술대회는 회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져 가고 있어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2년여 전 2012년 6월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된 이후 제34차 종합학술대회의 조직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3개월간 논의를 거쳐 다음과 같은 방향전환을 모색하게 되었다. 모든 직역 및 분야의 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술대회로 전환하기 위해서, 종전의 분과학회의 학술대회나 세미나를 유치하여 장소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닌,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공통 관심사가 될 수 있는 대주제를 선정하고, 모든 역량을 기울여 최선의 학술, 사회정책 및 전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하였다. 장시간의 논의를 통하여 '고령사회와 미래의학'을 대주제로 선정하였다. 특히 3-4년 후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시점에서 그 동안 발전한 한국의료의 발전을 조명하고 미래를 예견하고 사회적 역량을 모으자는 의미에서 정부와 보건의료분야 전문가 그리고 국민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의학EXPO'를 모토로 하게 되었다. 학술대회의 준비를 위하여 100여명의 전문가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배상철 학술위원장 겸 사무총장과 이혜연 부총장, 이동수 기획위원장, 장성구 전시위원장, 박희봉 사회정책위원장, 한희철 홍보위원장, 안덕선 진행위원장, 이왕준 국제협력위원장 등 29명의 임원진이 위촉되어, 제위원회의 활동과 함께, 2012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18차례의 임원회의를 개최하여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조직위원회에서는 의협 회원 위주의 관성적인 틀을 벗어나 의대생, 의사 가족, 보건 의료계 종사자 및 국민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의 편성과 함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앞서 예측 가능한 문제점 및 해결방안에 대한 의료계의 역할을 제고하고, 국민 참여를 통해 삶의 질 향상의 초석을 마련하는데 이번 대회의 목표를 두었다. 대회준비기간 동안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최선의 노력이 있었다. 대규모 학술프로그램은 특강 14개를 포함하여 100여개의 강좌로 400명의 연자와 패널 및 실습강사와 80명의 좌장이 위촉되었다. 대회 첫째 날(27일)은 “미래의료, 어디로 갈 것인가?”를 소주제로, 미래사회와 미래의료를 전망하며 핵심 사안인 고령사회를 주도할 의료계가 고민해야 하는 정책 방향과 변화를 제시하는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고, 대회 둘째 날(28일)은 “2018, 고령사회를 극복한다.”를 소주제로, 고령사회의 주된 이슈인 장수, 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노인평가의 방향을 제시하고, 노인성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다학제 통합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으며, 대회 셋째 날(29일)은 “의료, 현장에서 준비한다.”를 소주제로, 국민건강의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개원의들이 고령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만성질환 관련 내용의 통합연수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과 함께 어울리는 소통과 공감의 장으로, 대회 전날(26일)에는 여러 뮤지션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통해 환우에게는 희망과 감동을, 의사들에게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줄 “환우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 2014 - 희망, 함께 부르는 노래"가 전야제 행사로 개최되며, 대회기간 동안 노인성 질환과 관련된 대국민 건강강좌, 고령친화종합체험관, 생명살리기 체험과 생명존중 캠페인, UCC & 단편필름 페스티벌, 의과대학 진학 심포지엄, 청소년 과학 캠프 등 다양하고 풍성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성공적 개최의 관건은 준비된 프로그램의 안내, 즉 홍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였다. 2013년 7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한인의사회 학술대회를 필두로 국내외 학술대회 및 의사회에 알리고자 하였으며, 포스터, 안내서, 뉴스레터, 서신, SNS, MMS등을 통하여 개인과 기관에 안내하였다. 전문지 및 대중언론매체 기자들에게 대회의 목적과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였을 뿐 아니라 조·중·동 3대 일간지의 광고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직접 전하고자 시도하였다. 그 동안 30여 차례 전문지와 주요 일간지에 보도기사가 실리게 되었다. 대회 1개월 전 마감한 사전등록은 역대 최대의 수치인 7,577명 이었다. 이 중 의협 회원은 4,250명, 의대생 및 보건의료전문가, 일반인이 3,200여명, 그리고 외국의사가 50여명이었다. 전야제인 환우와 함께하는 나눔 콘서트는 용산구청 아트홀 전좌석을 가득 채운 공연으로 2시간 반 동안 540여명의 의협회원과 가족 그리고 환우들이 하나가 되어 환호하고 감동하는 무대였다. 청각장애우를 위한 후원금이 모금되었고, 대회의 성공을 예감하는 자리였다. 연이어 6월 27-29일 3일간 개최된 학술대회에는 연 12,353명의 학술프로그램 참가자와 8,040명의 전야제, 전시회 및 이벤트 프로그램 참가자, 총 20,393명의 참석으로 대회 역사상 가장 높은 참석율을 기록하였다. 대회 직후 시행한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등록 및 진행과 학술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2/3이상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고, 대부분이 개최의 필요성을 인정한 반면 대회의 인지도 및 참석 선호도 면에서는 아주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제34차 의협종합학술대회는 이제 종료되었다. 대회 지원인력을 포함하여 200명에 가까운 전문인들이 70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 기획하고, 실행하였으며, 그 내용을 알리고자 노력하였다. 경비를 절감하고자 노력을 기울였지만, 회원들의 회비와 제 지원금 포함하여 20억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었다. 대회 4일간 연인원 2만여명이 참석하였다. 지난 대회들에 비하여 다소간의 성공적 측면도 있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학술대회로는 갈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을 떨치기는 어렵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국내의 의사를 제외하고 한국인으로서 전세계에서 활동 중인 의사 수는 약 2만 여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나, 일본, 중국, 캐나다, 브라질, 영국 등 한인의 이민이 있는 많은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공식적 모임으로는 미국의 재미한인의사회(KAMA)와 세계한인의사회(WKMO)가 있으며, 매년 각각 개최하는 학술대회에 한인 1.5세와 2세를 주축으로 50-200명의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한다. 이번 대회를 통하여 이루고 싶었던 국민과 함께하는'대한민국의학EXPO'로서의 위상이라는 미션에 더하여 추진되었던 새로운 목표를 실현하지 못하여 못내 안타깝다. 이는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한국인 의사들을 위한 학술 대제전으로서의 의협 종합학술대회이다. 최근 한국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면서,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의사들, 특히 모국어가 서툰 2세 한인 의사들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커뮤니티 참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가 해야 할 국제화의 우선 과제는 이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의료계는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의료서비스 제공에 따른 외적 환경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으며, 의료계 내적으로는 직역과 세대간 갈등의 양상이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안들이 실타래 같이 얽혀 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안개 속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원칙에 근거하여 긴 호흡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 의협의 학술대회가 회원 간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치유와 통합의 길로 나아가고,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는데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