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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모든 의료 관련 행위로서, 의사-의사간의 원격진료와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가 있다. 과연 선진국에서는 원격진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WHO에서 발간한 telemedicine 보고서와 일본원격의료학회에서 제시한 원격진료(遠隔診療) 지침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의사-의사간의 원격진료는 40년 전부터 행해지고 있었으나, 환자가 자택에서 원격진료를 받는 것은 의사법 제20조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와 대지진 후 방사능 유출로 인해 의사를 직접 만나기 힘든 환자가 늘어나면서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구 밀집도가 낮은 섬이나 산간 지역에 사는 노인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감소하였으며, 대지진 이후에 방사선 오염 지역이 생기면서 의사가 없는 의료 소외지역이 늘어났다. 이에 일본 정부에서는 2011년 3월 31일에 원격진료법 개정안을 발표하였으며, 그 내용은 일본원격의료학회 홈페이지에 자세히 게재되어 있다.

개정된 법안에 의하면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것으로서, 반드시 의사와 환자가 직접 대면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적용되는 의사에 대한 사항들은 치과의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의사가 장기간 직접 추적 관찰하지 않았던 환자에게 원격진료를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원격진료가 가능한 환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필수조건을 붙였다. 첫째, 최근까지 장기간 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온 만성질환 환자로서, 만성질환으로 인해 요양 중이긴 하지만 병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축에 속하며, 응급상황 발생시에는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진 요양 환경에 있는 환자에 한해서 원격진료를 시행한다. 둘째, 재택 요양 환자의 경우에는 TV, 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통해서 운동기능, 혈압, 맥박 등을 해당 의사가 볼 수 있도록 이미 설비를 갖춘 상태이며, 해당 의사로부터 필요한 지속적인 조언이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는 환자에 한해서 시행한다.

이 외에도 준수해야 할 추가 유의사항들을 공지하여, 의료사고 발생시에는 의사, 환자, 보호자, 네트워크 기술자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의사는 본인이 장기간 진찰해 온 해당 환자 상태의 진찰만을 위해서 원격진료를 할 수 있으며, 진료 후에는 의사법 제24조 및 치과의사법 제23조에 준하여 마치 실제 진료를 볼 때처럼 반드시 의무기록을 남겨야 한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원격진료에 대한 주의사항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그 책임은 당사자에게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원격진료를 시작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나아가서 원격진료 시스템에 관여하는 관계자는 정보 유출 시 책임을 지도록 명시하였다. 네트워크 연결경로상의 바이러스 침입,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네트워크 기기와의 연결, 암호나 내용의 유출, 프로토콜 오류, 내부시스템 침입 등에 대한 책임소지는 시스템을 다루는 기술자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원격진료에 임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엄격한 제한 때문에 일본에서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가 시행되는 지역은 후쿠시마의 방사선 오염 지역을 비롯하여 야마가타, 이와테, 호카이도, 후쿠야마, 오카야마현 내의 일부 의료소외 지역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도 일본에서는 원격진료가 의사-의사간의 화상회의(텔레컨퍼런스)로 통하며, 대부분의 일본의사들은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에 대한 경험이 없다.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의사가 원격진료로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건기술부는 각 국가에서 e-health 전달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전담 프로그램(e-HCD)을 개발하였으며, WHO에서 발표한 원격진료 보고서에 의하면 약 30%의 국가에서 원격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표1에서 보듯이 원격진료는 주로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병원과의 거리가 멀어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다. 참고로 WHO에서 발표한 2차 보고서에 의하면 국가 소유의 원격진료 대행회사는 South-East Asia > Europe > America > Eastern Mediterranean > Africa > Western Pacific 순으로 많지만, 이에 대한 국가 정책이 설립된 곳은 Europe > America > Western Pacific Eastern Mediterranean > Africa > South-East Asia 순으로 많았다.

WHO에서 원격진료 중인 각국의 담당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격진료가 의사-의사간의 의료정보 교환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가라서 비용-효율적인 면에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원격진료에 있어서 비교적 잘 확립된 분야는 의사-의사 간의 정보 교환이 매우 유용한 teleradiology와 telepathology 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비용 이외의 문제점으로, 개발도상국에서는 불완전한 시스템 구축이 문제점으로 거론되었고, 선진국에서는 법적 논쟁이 거론되었다. 원격진료는 환자의 사생활 침해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뿐만 아니라, 의료사고와 관련된 책임소재규정 등 여러 방면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약 20개의 주에서 원격진료를 허가했는데, 주마다 원격진료에 대한 규정이 통일되지 않아서 혼란이 있고, 보험 인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원격의료에 대한 윤리지침에 준해서 의사가 장기간 직접 진료해 온 환자 중 최근 상태까지 잘 숙지하고 있는 환자에게만 시행하도록 정했다.
일본, 미국, 유럽의 원격진료의 현황은 의사-의사간의 정보 교환이 주이며, 의사-환자간의 진료는 드물다. 그 이유로는 고비용, 의료사고의 위험성, 개인정보보호의 취약성, 의사에 대한 추가 자격증의 필요성 논란, 표준화의 부재, 기술적 한계, 장비의 비호환성, 보험 불인정, 의사들의 거부감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큰 한계점은 비용으로서, 고액의 기반구조설치 후에도 시스템 유지비와 장비 운영비가 들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나아가서 의사들은 환자와의 원격진료를 위해서 (1) 일일이 환자와 시스템 기술자와 일정을 맞춰야 하고, (2) 오진의 위험성이 높아지며, (3) 원격의료기술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저항감이 있기에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환자 입장에서는 (1) 개인정보유츨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과 (2) 보험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본인이 과도한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여기에 덧붙여 일본에서는 (1) 요양 중인 만성질환자 중에서 최근까지 한 사람의 의사에게 장기간 진료를 받아왔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 (2) 응급 상황 시에는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진 요양 환경에서 거주 중이어야만 하며, (3) TV, 전화 등의 정보통신기기를 통해서 운동기능, 혈압, 맥박 등을 해당 의사가 관찰할 수 있도록 준비한 환자에 한해서만 원격진료를 신청할 수 있다는 엄격한 적응증이 따른다.
원격진료는 선진국에서 조차 의사-환자간의 진료가 아닌 의사-의사간의 의료정보 교환의 용도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선진국에서는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를 신중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거론되는 원격진료의 적응증은 (1) 의사가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재진 환자로서, 상당기간에 걸쳐 진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 (2) 입원해서 수술치료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경과를 관찰이나 계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환자 뿐만 아니라, 환자가 아닌 일반인 중에서도 (3) 도서, 벽지 거주자, (4)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교정시설의 수용자, 군인 등 의료기관 이용이 제한되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과 (5) 성폭력 피해자 및 가정폭력피해자까지 매우 광범위하고 기준이 애매하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안전성과 효율성이 입증된 바 없는 위험한 발상으로서,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수진자와 의사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원격진료로 인한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보험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1) 도대체 왜 그렇게 엄격한 적응증을 만들 수 밖에 없었는지, (2) 40년 전부터 원격진료에 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왜 의사-의사간의 정보 교환용으로만 주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는지, (3) 환자와 보호자 및 원격진료 네트워크 구축에 관여하는 기술자들에게까지도 원격진료에 대한 법적 책임을 사전에 명시할 수 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간의 신중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표1. WHO 보고서에 게재된 세계 각국의 원격진료 시행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