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워싱턴포스트에는 이런 내용의 시사만화가 게재되었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인터넷 주소(URL) 두 개가 적힌 처방전을 환자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Take two websites and e-mail me in the morning...' ‘책 또는 문학’ 이라는 뜻의 ‘biblion’과 ‘치료’라는 뜻의 ‘therapy'가 합해진 ‘bibliotherapy’는 문학작품을 읽어 심신의 병을 치료하는 ‘독서치료’를 의미한다. 하지만 근래에 이르러 bibliotherapy는 ‘Information Prescription(정보처방)’ 또는 ‘Internet Prescription(인터넷 처방)'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서두에 언급한 두 가지 사례들은 ‘의료소비자의 정보화’에 대한 의료인들의 인식변화를 시사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정보의 바다를 열어주었으며, 이제 의료소비자들은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검색창에 간단한 몇 개의 단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블로그에 올라온 생활상식에서 의학 journal의 최신 연구결과까지 다양한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진료실에서 의사들은 의대생 뺨치는 날카로운 질문을 환자·보호자로부터 받게 되는 상황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국내 건강정보 웹사이트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만 5,000개 이상의 건강정보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이 중 58.1%(2,968개)가 상업기관에 의해, 20.1%(1,026개)가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크건 작건 이러한 사이트를 운영하려면 시간과 노력은 물론이고 서버와 회선사용료 등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그러하듯이 사용자들은 이러한 건강정보 사이트에서 공짜로 모든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정말 공짜일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문기사를 읽으려면 돈을 내고 신문을 사는 것이 당연하였지만 지금은 네이버든 다음이든 인터넷만 띄우면 대부분의 기사를 공짜로 볼 수 있다. 왜 신문은 유료인데 인터넷은 공짜일까? 그것은 신문과 인터넷의 비즈니스모델이 다르기 때문이다. B2C 라고도 부르는 Business to Customer 모델은 기업이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관계로서, 기업(Business)은 재화(신문기사)에 대해 개인고객(Customer)이 지불하는 대가(정보이용료)를 수익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이에 비해 B2B 라고도 부르는 Business to Business 모델은 기업이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관계로서 개인고객(Customer)은 재화(신문기사)를 무료로 이용하고 그에 대한 대가(정보이용료)는 제 3자인 다른 기업이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공짜로 볼 수 있는 각종 정보, 사용료를 내지 않는 e-mail, blog, cafe... 이것들이 정말로 공짜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렇다면 바로 옆 구석화면을 살펴보라. 그곳에는 십중팔구 이 모든 공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B2B 모델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B2C 모델은 도덕적이고 B2B 모델은 부정한 방식인가? 이러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Customer로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정보를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마음에 드는 사이트가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라는 System은 기본적으로 광범위한 B2B 모델 위에 구축되어 있으므로... B2B 모델에서 제공되는 공짜 건강정보는 소비자를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닐 수 있다. 상당수 건강정보는 비용을 지불하는 제 3자나 제공자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거나 서비스되는 것이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건강정보는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합치할 경우에만 제공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B2B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은 제공자에 의해 정보가 왜곡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존재한다. 하물며 시장규모가 크고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정보의 격차가 큰 건강정보는 두말 할 여지가 없다. 혼코드(HON code: Health On the Net Foundation)는 의료정보사이트에 대해 권위성, 상호보완성, 개인의료기밀, 정보 출처, 정보 정당성, 저자의 투명성, 후원의 투명성, 광고의 정직성 및 편집규정 등 8가지 항목에 대한 원칙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국제적 인증제도이다. 국내에서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서 건강정보 평가인증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와 노력의 대부분은 건강정보를 담고 있는 틀이나 운영방식에 대한 평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건강정보 자체에 대한 전문가적 검토는 거의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건강정보, 특히 B2B 모델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건강정보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진 누군가가 정보 자체를 평가하고 인증하는 절차가 결국에는 필요한 것이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1년여의 준비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건강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 등을 통해 제공되는 건강정보 콘텐츠의 품질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대한의학회 건강정보 심의인증 체계를 구성하였다. 본 체계는 대한의학회와 회원학회가 참여하는 건강정보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인터넷과 인쇄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건강정보를 의학회 차원에서 평가, 인증함으로써 올바른 건강정보가 유통될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건강정보는 건강 및 질병관리, 의약품 복용, 의료기구의 사용 등에 관한 정보 및 콘텐츠이며, 해당 건강정보를 제작·배포하는 공공기관이나 민간단체, 기업 등이 규정에 따른 신청서와 소정의 심의료를 납부함으로써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대한의학회 건강정보심의위원회는 심의를 신청 받은 건강정보에 대해 신뢰성, 유익성, 이해용이성, 완전성, 상업성/공공성 항목을 평가하고, 최종평가 결과를 ‘인증’, 조건부 인증‘, ‘인증거부‘로 표시하여 통보한다. 인증된 건강정보에 대해서는 대한의학회 건강정보 심의필증이 발행되며, 인증된 건강정보의 목록과 인증기간은 대한의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건강정보 평가인증은 산업계의 품질마크와 비슷하다. 객관성있는 전문가가 제품 자체를 평가하여 인증해야지 생산과정이나 공장만을 평가해서는 제대로 된 품질이 확보되기 어렵다. 건강정보의 평가인증을 위한 대한의학회의 노력이 대한민국 건강정보의 명품 품질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 학계 : 정보(콘텐츠)와 관련하여 국내외 의학 관련 학회에서 인정하는 교과서나 공식적으로 출간된 학회지 ** 의사결정 : 제공하는 정보(콘텐츠)를 활용하여 질병관리, 건강관리, 의약품 복용 등을 위한 행위를 선택하는 것 ▶ 평가항목의 적용 대상 (필수/선택 구분) - 비영리조직에서 건강 및 질병 관리를 위하여 제공하는 정보 및 콘텐츠는 필수 및 선택 평가항목을 모두 적용한다. - 제약회사 등 영리조직에서 건강 및 질병 관리를 위하여 제공하는 정보 및 콘텐츠(자신이 직접 개발 또는 판매하는 의약품의 복용 및 기구의 사용에 관한 내용 포함)는 필수 평가항목만 적용한다. 평가 및 인증에 대한 기타 사항은 건강정보심의위원회로 문의 (대한의학회 사무국 : Tel. 02-798-3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