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둘 낳은 여전공의는 전문의가 될 수 없습니까?” 수개월 전 필자에게 애타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낸 사람은 전공의 수련 중에 아기 둘을 갖게 된 아빠의 호소였다. 이들 동갑내기 부부는 함께 수련을 받으면서 아기를 둘 낳을 예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치 않았던 둘째 아기를 출산하여 여전공의 엄마는 3개월의 산후휴가를 쓰게 되었고, 병원측으로부터 수련기간의 부족으로 “수련필예정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없으니 1월에 실시되는 전문의 시험에 원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꼼짝없이 재수를 해야 할 지경에 놓인 부부가 백방으로 알아보며 어떻게든 탄력적으로 규칙을 운용하여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뛰어 다녔으나 너무나도 벽이 높았다. 십여 년 전만해도 여전공의들은 분만 직전까지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진통이 오면 바로 분만실로 뛰어 들어갔고, 분만 후에도 한 달가량 산후조리를 한 후 푸석한 얼굴로 다시 근무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그러나 출산 휴가가 석 달은 되어야지 어떻게 한 달 만에 일을 하라는 것이냐는 여성계의 요구가 실효를 거두어 모든 직장에서 산후휴가는 3개월을 의무적으로 갖게 되었다. 이렇게 충분히 쉬게 되어 잘되었다고 일부 사람들은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인즉 병원 내에 빤한 인력으로 과의 일이 돌아가는데, 한 사람이 석 달씩 휴가를 내면 파트너 전공의의 부담이 배가 되니 집에서 아기를 돌보면서도 쉬는 여전공의의 마음도 좌불안석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우 대체인력을 파견하여 일을 분담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우리나라 현실에 전공의 자리가 3개월 비었다고 대체할 수 있는 인력 pool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4년 수련 기간 중 아기를 또 하나 낳게 되는 경우는 정말 본인으로서도 재앙에 가까운 심정이라고 하겠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문제이니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출산을 늘리자고 탁상공론을 하고 있는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기 둘을 낳은 여전공의는 항의한다. “두 번째 아기를 낳은 경우는 3 개월을 쉬지 않으려 했어요, 2개월 또는 1개월만 쉬고 나오려는 생각도 있었으나 근로기준법에 따라 3개월을 억지로라도 쉬어야 한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공의 과정 중에 출산은 한 번만 가능하고 두 번의 산후 휴가를 갖게 되면 추가 수련은 물론 전문의 고시를 보기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임신이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두 번째 임신한 여전공의들에게 정부나 수련기관에서는 어떤 선택을 강요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의사들의 출산을 장려하려면 전문의 수련규정에 예외를 인정하거나 근로기준법 준수에 유연성을 두는 방법을 찾기 위하여 여의사회에서도 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해결방법을 찾고자 하였으나 불가능하였다. 다행히 이 문제의 당사자였던 전공의들이 국가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여 해결신청을 한 바 보건복지부에서 당해 연도에 전문의 시험은 치르고 그 후 3개월의 추가수련을 하는 것으로 매듭을 짓게 되었으니 일단 내년부터 출산으로 인한 재수생은 생기지 않을 듯 싶다. 임신한 전공의는 수련 기간 중에 업무 부담은 물론 동료 전공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도 큰 스트레스이며, 동료 전공의 역시 상대적으로 업무의 양이 늘게 되므로 임신한 전공의에 대하여 불만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임신과 출산 후에 양육에서도 문제점이 많다. 여의사들 대부분이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어려워 신체적이나 감정적인 스트레스는 물론 심한 죄책감과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 근무하는 환경에 있어서 근무 시간이나 당직 스케줄을 유연성 있게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병원 내에 양육시설 유치등도 고려해야 한다. 여전공의의 문제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업무 수행 능률이나 환자 진료의 질과도 연관이 있으므로 실현 가능한 개선점들이 조속히 논의 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의 전공의 숫자는 16,000명이고, 이 중 35.5%인 5,802명이 여전공의이다. 이들의 대부분이 결혼 또는 출산의 적령기라 할 수 있다. 한국여자의사회에서는 2009년에 여전공의, 의과대학과 의전원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수련 환경과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여전공의의 경우 출산 휴가 기간의 제한이 없다면 43%에서 두 명, 39%에서 한명의 자녀를 원하였다. 전공의 과정 중에서 3개월 이상 휴가를 갖게 되면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현행 규정 하에서는 여전공의의 57%만이 한 명의 자녀를 원하였고, 33%에서는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출산과 육아는 본인의 carrier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문에서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전공의 선발 시에 “결혼 및 임신 금지 서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금 현재 각 의과대학의 여학생 비율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니 여전공의의 비율은 점차 늘어날 것이고 곧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의료계에서는 여전공의에 대한 배려는 턱없이 부족하고 오히려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의학회가 주축이 되어 전문의 수련과정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다가올 미래 의사의 50%가 여의사임을 감안하여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