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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5 November 2024

의학회 브리핑

◎ 통증과 증상 완화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하여

박 진 노가톨릭의대 가정의학

1.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어떤 곳인가요?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 의학으로 완치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차선책으로 통증과 증상 완화를 통해 살아있는 동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며 살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사회심리적, 영적 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를 말합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에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정의를 보면,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암, 후천적 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말기환자로 진단을 받은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하 “호스피스 대상 환자”라 한다)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 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안에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그 대상자를 말기환자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국한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으로 인해 의료인들조차도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임종 직전 임종이 임박한 경우에만 이용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이런 현상은 연명의료결정법의 말기환자/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에 관해 규정한 내용이 의료보험 수가체계에서도 같은 대상자에 적용되면서 발생된 현상입니다. 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말기나 임종이 임박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완치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차선책 제공 뿐만 아니라 완치를 목표로 치료하는 완치가능성이 있는 환자에서도 통증과 증상완화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의료분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MD Anderson 의 완화의료팀은 항암치료 환자들의 증상조절에 자문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3차 의료기관에서 암환자 치료수가를 적용을 하는 ‘조기완화의료’를 제공합니다. 즉,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병 진단 초기부터 임종까지 환자의 통증, 증상을 조절할 뿐 아니라 사별 후 가족의 상실까지 다루는 폭넓은 의료입니다.(그림 1)

우리나라에서 제공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형태는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이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요양병원이라는 특수한 입원환경에서 제공되는 시범사업을 추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영향으로 현재 입원형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가정형과 자문형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간경변,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과 그 외 보건복지부장관령으로 정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합니다. 우리나라는 암환자 위주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도 있지만, 정부의 재정적인 고려도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향후 수 십 년간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구조 속에서 비암성 질환의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발달도 필요합니다. 2014년 WHA(세계보건총회)에서는 level of Hospice 개념이 발표되었습니다.(표1) 비암성질환에서는 각 임상 전공과의 전문의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 개념을 적용하는 일반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해와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각 전문학회와 발표, 연구, 교육 등 학술 활동을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1. Level of Hospice

1 단계 호스피스·완화의료 (완화의료적 접근) 모든 보건의료에서 제공되는 기본적 보건의료에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통합되어 의료서비스 제공
2 단계 호스피스·완화의료 (일반 완화의료) 각 의료전공 전문가에 의해 제공되는 각 질환들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개념을 적용하여 의료서비스 제공
3 단계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 완화의료)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가에 의해 팀으로 제공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
※ 출처 : WHO (2014). "Global atlas of Palliative Care at the End of Life."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은 가정용 인공호흡기나 산소발생기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퇴원이 어렵거나 요양시설의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도달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암환자가 느끼는 통증만큼이나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환자들은 호흡곤란을 느낍니다. 때로는 생명을 앞당기고 싶어 할 정도로 고통을 느낍니다. 이와 같이 비암성질환의 호스피스·완화의료도 필요하며 요구도가 늘어갑니다.

흔히 알고 있는 당뇨도 완치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하지만 당뇨를 우리나라에서는 말기질환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당뇨는 완치가 안 되지만 적극적으로 생명을 연장할 치료 방법이 있고, 진행을 늦추는 치료 및 조절로 인해 투병 기간이 길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질환도 인슐린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어느 빈민 국가인 경우에는 당뇨합병증 발생하면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국가의 경제력, 의료수준이 대상 질환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임종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살아가는 동안 심리적 안정감 유지, 행복한 삶의 영위를 추구합니다.

2. 기억에 남는 환자나 현장의 에피소드에 대하여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하면 대부분 임종할 때까지 입원병동에 계시다가 임종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72세 남자 분으로 진행성 위암 복막전이, 위장관출혈로 입원하신 분입니다. 입원하실 때 의식은 명료하나 보행이 어려운 와상상태로 일상생활수행능력이 (Palliative Performace Score, PPS) 30% 였습니다. 수혈과 위십이지장 이행 부위 스텐트 삽입 이후 퇴원하여 수 개월간 소화기 내과와 완화의학과를 외래로 경과 관찰 중인 분입니다.

대다수의 호스피스·완화의료 환자들이 임종에 가까워야 이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보다 조기에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자신이 남은 삶을 잘 영위하고 준비하고 되돌아볼 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필요시 입원도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할 수 있으며, 환자 자신의 댁에 계신 동안에는 가정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가정형과 자문형은 임종에 임박하지 않은 경우에도 증상 조절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고, 기관의 정책으로 급성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와 서비스 공유가 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가정형과 자문형은 암 이외의 질환들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령인구 증가로 퇴행성 신경질환의 경우는 호스피스·완화의료적 접근이 절실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3. 호스피스·완화의료 현장의 필요성과 제한점을 말씀해주십시오.

1) 필요성
우선,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들,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진들은 죄의식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완치가 불가능하더라도 통증과 증상으로부터 편하게 해주는 의료행위가 전문가/의료인으로 역할에 대한 만족감, 긍정적인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완전하지는 않더라고 조그마한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

그리고,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 구성되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부담감을 크게 가지기보다 같이 선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여명이 얼마 남지 않다 보니 환자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모이게 마련입니다.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있습니다. 가족 내부에 있었던 기억들을 공유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손주들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라도 보면서 웃거나 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하루가 의미 있다고 느끼며 잘 지내시도록 삶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말기질환으로 안락사를 원하는 환자들을 미국에서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안락사를 원한 환자의 99%가 환자에게 말상대가 되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며, 호스피스·완화의료 접근과 돌봄을 했더니 안락사를 취소하더라고 밝혔습니다. 죽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낄만큼 아프고 고통스러운 분들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안락사는 환자를 편하게 할 목적으로 죽음이란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고, 호스피스·완화의료는 편하게 할 목적으로 진통제 등 적극적인 증상 조절을 하는 것이며 이때 수반될 가능성이 있는 임종은 임종기 상태의 병이 진행되어 발생한 것이며 죽음을 수단이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태에서도 죽음에 직접적인 관여보다 삶의 가치에 집중하여 통증과 증상 조절에 집중하여 환자가 고통으로 벗어나 인간다운 생각을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정형태 돌봄이 필요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병 진행 중에도 귀소본능으로 가정에서 지내길 원합니다. 환자의 이런 본능적인 바람과는 반대로 사실 가정에서 돌보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가정보다 병원에서 임종이 더 가족들에게 현실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돌보는 것이 결정된 가족들에게는 가정형 호스피스가 대안이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임종 당일 가정에 머무는 수가는 외국에 못 미쳐서 임종을 가정에서 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지만, 가정에서 돌보는 간병 역할을 할 수 있을 인력이 있다면 가정형 호스피스를 통해 집에서 돌보는 것도 가능한지 고민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2) 제한점
가. 연속보완성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보려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진료를 보던 과의 진료는 중단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동의서를 작성하고 진료를 보게 됩니다. 이는 외국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팀과 적극적인 임상진료팀이 서로 보완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문형 호스피스를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으나, 아직 많은 경우 호스피스·완화의료 전과대상으로 분류 자문에 국한하고 있고, 기존 진료과에 있으면서 통증, 증상에 대한 자문 등 환자 증상 중심의 의료체계에 이르지 못한 기관들이 많습니다.

나. 질병종류 제한적 적용
비암성질환의 경우,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의 말기 단계에서 호흡곤란 환자, 소아 대상자, 중증 치매, 중증 파킨슨 등 암 만큼이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여러 질환들이 질환경과가 질환별로 다르므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수가적용시점의 다변화와 대상질환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다. 질적 진료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질적인 만족을 올리는 의료분야입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의 성과는 재무적 성과지표(양적지표)로 측정되기 쉽지 않습니다. 가치 철학적 성과지표(질적지표)로 측정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이 필요한 이유를 가지듯이,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한 이유를 잘 공유하여 기관 운영자나 소유자가 중요한 정책 판단을 할 문제입니다.

4.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외국에서는 각 과의 전문가들 자신이 종사하는 질환에 관하여 호스피스·완화의료 접근을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와 타 의료학회 간에 공유를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일반적 접근에 대해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죽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의미있게 충만하게 살도록 돕는 의료입니다.

통증과 증상조절이 필요한 환자라면 임종기나 말기가 아니더라도 조기에 의뢰를 주셔서 환자가 편하도록 적극적으로 통증이 조절되길 바랍니다.

노령인구 증가로 퇴행성 신경질환 등 비암성 질환의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합니다. 암 이외의 질환에도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인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필요성을 느끼는 각 전문과 선생님들, 학회와 협력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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