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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4 October 2024

학술대회특집(2)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 마음으로”를 슬로건으로 지난 6월 14일 개최 되었다. 의료계의 한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인 만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의료 정책을 여러 단체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학술대회에서 반응이 좋았던 주요 강의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서 다루고자 한다.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세션] 전공의교육을 위한 전문기구

안 덕 선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아직도 보건의료에 대한 합의된 이데올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1948년 UN이 선언한 인간의 기본권에 의한 의료인지 아니면 현재의 의료보험제도가 사회적 연대를 위한 것인지 전체적인 의료에 대한 국가철학이나 합의된 이념은 없다. 의료의 기본적 이념이 아마도 국가 철학인 잘살아보세! 로 대치된 양상이다. 잘살아보세! 는 지금도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한 나라의 보건의료제도가 국가철학과 궤를 같이하거나 아니면 보건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없이 떠돌다보니 정부도 기본의료에 대한 개념정립의 필요성을 느껴서인가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대한 최상위급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것인데 합의된 보건의료 이데올로기가 없으니 법안 통과 24년이 되어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에 대한 합의된 이데올로기와 기본계획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보건의료제도, 인력정책, 의사 양성 교육, 배상, 연금 등 제도적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전공의 교육을 포함한 의사 양성의 비용부담이나 개선에 대한 문제는 우리나라도 이미 20세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보건의료의 중요한 의제의 하나였다. 정권마다 만들어낸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의제로도 빠짐없이 등장하였다. 정권마다 경험하는 특별위원회 구성에도 의사양성 제도가 변한 것은 없다. 전공의교육을 위한 의료제도의 투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불합리한 의료제도와 의과대학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역량요구로 교육은 항상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급기야 진료 수입과 교수 급여가 맞물려 전공의 교육은 사회적 수요에 의한 바탕이 아닌 병원경영과 학회 발전용으로 변모하였다. 외과 수련을 마쳤어도 맹장염 수술도 못해 보았다는 전공의나 안과 수련을 끝냈어도 백내장 수술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해 외국으로 출장 학습을 간다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그럼에도 세부전문의 수준의 학술적, 기술적 성과는 마치 고도의 전공의교육의 부산물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주었다. 전공의교육에 대한 관심과 별도의 학구적 열정을 갖은 소수의 임상 전문가는 우리나라 전공의 교육의 후진성에 절망하기도 했다. 전공의교육을 위한 각종 악성 환경에 좌절감도 맛보았다. 아무리 이야기하여도 좋아지지 않는 인턴교육과 학생 임상실습은 의과대학 임상실습 무용론이나 인턴제도 폐지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였다.

전공의 수련병원은 학생실습, 인턴교육, 전공의 교육 그리고 세부전문의 교육을 포함하는 졸업 후 교육에서 직무를 통한 경험학습에 교육적 전문성을 갖는 의사 임상교수와 교육학 등 다른 전공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이 필요하다. 수련병원은 병원대로 임상교육에 대한 구조와 기능을 갖춘 제도가 있어야 하고 각 임상 전문학회는 더욱 세련되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의를 배출하는 각종 다양한 학회와 협업으로 전공의 교육의 국가적 목표나 엄격한 교육평가를 담당할 상설기구가 필요하다.

의료인력양성도 다루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상설기구가 아니고 대게 1년 한시적 운영으로 끝나는, 실행구조가 결여된 임시 위원회로 전문성이나 실행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정책의 실행이 불가능한 구조로 보인다. 정권마다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속담이 있듯이 단기간의 신속한 혁명적 조치는 정권의 임기와 맞물려 말 잔치와 구호성 잔치로 끝났기에 의사 인력 배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전공의 교육은 이제 전공의 시각에도 선진적인 교육과 매우 시대착오적인 제도로 보이게 되었다. 경제가 발전한 만큼 전공의들이 선진국의 전공의교육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수준도 높아져 당연히 우리나라의 제도와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공의교육의 현대화를 위해서는 전공의교육의 합의된 국가적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이를 구체적인 역량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엄격한 역량평가와 교육프로그램 평가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한시적 기능의 조직이 아닌 고도의 전문성을 갖는 별도의 의학교육 전문직 단체가 필요해 보인다.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의 College of Medicine, College of Surgeon, 캐나다의 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미국의 Accreditation Council on Graduate Medical Education 등이 국제적으로 전공의 교육을 이끌어 가는 리더 단체들이다. 교육부나 복지부가 간섭하는 단체가 아닌 독립적인 단체로 단체가 갖는 전문성의 우위로 정부 기구는 지원을 할 망정 간섭할 여지는 없다.

선진국은 반드시 정부 기구는 아니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중개기구(Intermediating Agency)가 발달되어 있다. 어떤 분야보다 의학 분야에는 다양한 전문직 단체가 존재한다. 면허기구, 학부, 전공의 평가인증기구 의사, 전문의시험 전문기구, 배상기구,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상설 전문기구가 발달 된 것이다. 세부전문의 단위의 임상기술의 우수성과 전공의교육의 우수성은 별개의 문제다. 현재의 전공의교육이 진정 개선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설 중개기구의 육성이다. 정부가 통제하는 관료주의 산물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조직 구성과 태생적 한계를 이미 충분히 경험하였다. 전공의, 학생의 불참으로 활동을 종료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마지막 발표에서 전공의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기구의 역할이 중요함을 선언하였다.

전공의 사직사태의 여파는 전공의 교육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수용인데 구체적 실행을 어떻게 할지 이해당사자 모두가 모여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문직의 속성에 근거한 수월성 추구를 위해 자율성에 근거한 전문 상설기구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실제로 구현되려면 임상학회, 의학회 등 기존 기구의 산파적·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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