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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4 October 2024

의학회 브리핑 (1)

◎ 항공우주의학의 소개

장 정 순중앙대학교 명예교수/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 회장

항공우주의학의 정의
항공우주의학과 일반의학 분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일반의학은 수백만 년 동안 적응해 온 지상에서의 정상적인 환경에서 비정상적인 신체 상태를 다루고 있다면 항공의학(aviation medicine)에서는 정상적인 신체를 가진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의 의학적인 상태를 다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항공의학은 환경의 변화(environmental challenge)에 의한 인체 손상을 주로 다루므로 환경 의학(environment medicine) 혹은 직업의학(occupation medicine)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고도가 약 30,000피트(10km) 정도까지의 공간에서의 의학적인 문제를 다루었으나 최근에는 달 궤도를 벗어나 심우주(deep space)까지의 여행도 도전하고 있어서 항공우주의학(AeroSpace medicine)으로 불리고 있다.
즉 일반의학은 정상적인 환경에서 병든 신체를 가진 개체를 다룬다고 한다면 항공의학은 비정상적인 환경에 노출된 건강한 신체를 가진 개체를 다룬다는 점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항공우주의학에서 접하는 환경
항공우주의학 분야에서 다루는 개체는 일반적으로 건강인들인데 업무 중에 접하는 비정상적인 적대적인 환경(hostile environment)들에 의하여 일시적 신체 이상이나 질환을 겪게 된다. 흔히 접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환경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공기 압력의 감소 및 저산소증
우리가 여객기를 타면 보통 9,100-12,300m(30,000-40,000피트) 정도의 고도로 비행하게 되는데 표준기상상태에서 해당 고도에서의 기온은 보통 영하 57도 정도가 된다. 아울러 공기 압력은 매우 희박해져서 산소농도는 약 3~5분 정도만의 의식을 유지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증기도 전무하다.
2) 소음 및 진동
항공기 가동 시에는 보통 감내하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여 항공종사자에서 청력 저하를 유발하고 피로를 가중시켜서 업무 효율을 감소시킨다.
3) 공간정위상실(spacial disorientation)
항공기가 비행하는 중에 선회, 감가속 등에 의하여 조종사에게 발생한 전정계 및 시계(visual system)의 혼란으로 공간에 대한 착각(비행 착각)이 발생하여 정상적인 비행자세를 잃어버리는 경우인데 항공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공항 이륙한 항공기가 갑자기 구름에 들어가서 비행 착각이 생겨서 자세를 잃고 추락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예이다.
4) 무중력
우주여행에서 겪게 되는 현상으로 체액 이동, 체내 압력변화 등이 지상과는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안구 등은 팽창하게 된다.
5) 근골격계 변화
우주 여행할 때 무중력에 장시간 노출되면 근육 및 골격계의 손실이 일어나서 심하면 바닥에서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다. 장기간의 우주여행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문제이다. 수주 정도의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에 귀환하는 우주인들이 착륙 직후는 대개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여 부축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6) 우주방사선
심우주 여행에서는 감마선 등 다량의 방사선 조사의 위험이 있다. 장기간의 우주여행 및 거주 시에 문제가 될 수 있다.
7) 심리상태변화
우주 공간에서의 고립감. 사회적 연대감 상실 등에 의한 다양한 심리변화가 있으며 임무 수행에 예기치 않은 장애가 된다. 일반항공분야에서도 우울증 등에 의하여 임무 수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항공우주의학분야의 실무
위에 언급한 여러 가지 적대적인 환경에의 노출에 따른 생리적 현상변화에 대한 의학적 지지를 통하여 항공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항공우주의학 분야의 실제적인 목적이다. 결국, 공중 혹은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인원의 건강, 안전을 보장하고 항공종사자가 최적의 기량(performance)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신체 검진을 통하여 조종, 관제 등의 항공업무 적합 여부를 의학적 측면에서 결정하고 적절한 정신 신체적 기량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임무 적합(pass) 혹은 부적합(fail)으로 구분하여 결정하고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 임무에서 배제된다.

다양한 질환들이 항공업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항공우주의학 분야의 전문가는 다양한 임상 분야를 배경으로 항공의학 분야를 접목하여 실무업무를 수행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임상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질환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행하게 되면 일시적이라도 생리적 변화들이 나타나므로 각종 생리학적 현상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저산소증에 노출되는 조종사들의 산소공급 문제, 야간 혹은 저시정 상황에서의 조종사 비행 착각 문제 등이 있다. 아울러 질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비행 임무를 하는 조종사에 대한 관리도 주요한 업무의 하나이다.

임상적으로 주요한 임무의 하나는 조종사들의 비행 중 갑작스러운 임무 수행 불능(pilot incapacitation)의 예방이다. 비행 중 조종사의 갑작스러운 탈진, 사망 등은 항공 안전 측면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심근경색이 잘 알려져 있으며 항공의학적으로는 예방 및 고위험군 선별과 임무 배제가 주된 방책이다. 이러한 경우는 심장 내과 지식을 기반으로 항공의학적 고려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COVID-19 유행에 따른 항공여행 이동 간의 방역도 주요한 이슈가 되었는데 감염병학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 간 검역 원칙, 항공기 기내 형상에 따른 밀폐 공간에서의 감염모델 등 이전보다 진일보한 항공의학적 고려가 항공여행 규정에 많이 반영되었다. 최근에 항공 여행객이 늘면서 병약 승객의 여행 가능 여부 판단, 기내에서 발생하는 급성질환 대처 방안 등도 자주 접하는 문제가 되었다. 조종사들의 만성질환 예방을 통한 건강성 유지를 위한 건강증진 활동, 업무 수행 중 건강상태 저하에 따른 임무 수행 여부 결정 등도 항공의학분야 실무에서 많이 다루는 업무들이다.

이러한 활동은 세계항공기구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ICAO)에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실무 원칙을 만들어서 통일된 규범에 따라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항공의학 분야의 ICAO 권고안을 항공안전법에 법제화하여 적용하고 있다(1). ICAO 이외에 미국 연방항공청 (Federal Aviation Authority, FAA), 유럽항공안전기구 (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 EASA), 영국 민간항공청(Civil Aviation Authority, CAA), 호주 민간항공청(Civil Aviation Safety Authority, CASA)등이 항공의학 분야의 규범을 만드는데 영향이 큰 정부 단체들이다.
항공종사자에 대한 의료접근에서 일반적으로 범하기 쉬운 실수가 항공의학적 기준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의학적인 기준만으로 판단하는 경우이다. 항공의학적인 판단에는 저압, 저산소 환경, 감가속 환경 등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이해가 빠르므로 항공선진국에서는 항공의학전문가들에게 항공여행 혹은 조종 경험을 가지도록 권장하고 있다.

항공의학분야의 법적 테두리
항공의학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 이외에 항공안전법에 정해진 내용을 따르고 있으며 법적 구속력도 있다. 항공산업 분야는 사고 발생 시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큰 산업 분야이다. 이에 따라 다른 산업에 비하여 안전에 관한 관심이 각별하다. 항공안전법은 항공기 운영, 관제, 인적요인 등 관련 분야 모두에 대한 안전 규정을 정한 법령으로 세계항공기구에서 13개의 권고기준을 정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이를 따르고 있다(2). 예전에 항공사고는 기체 이상, 기상이변 등의 인간 외적 요인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조종사 등의 인적요인이 사고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적요인을 다루는 항공의학 분야(annex 1)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이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항공안전법에 항공의학적인 조치들을 구체적인 항복을 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항공의학 자격 실태
우리나라는 1950년대 공군 창설 때 공군병원 내 항공의학 관련 조직이 창설되어 초창기는 공군의 주도하에 발전하였고 민간부문에서 1968년에 대한항공에 항공의료센터 조직이 설립되어 항공의학발전을 견인하였다. 1994년에 항공법에 조종사 항공신체검사 규정이 제정되어 사단법인 항공의학협회가 정부 주도로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의 항공우주의학협회는 정부 사무 위임을 받아서 항공의학 자격부문을 관리하고 있는데(1) 미국의 FAA, 영국의 CAA에서의 항공의학부문 관리 부문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일반 임상과처럼 American board of preventive medicine에서 aviation medicine 전문의 자격을 인정하는데 2년간의 residency 수련 후 board시험을 통과하여야 한다. board제도가 없는 나라들도 대부분 2년 이상의 관련 임상 경험이나 관련 석사 이상의 훈련 과정을 거쳐서 자격시험 후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과 비슷한 항공의학 전문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일천하여 일반 임상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하는 단기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시험 없이 항공전문의사(aviation medical examiner, AME)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항공전문의사로서 병의원에 근무하면서 조종사 항공신체 검사 업무가 주된 수익 사업이 되고 있다. 민간 항공사 의료센터 및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항공산업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 기간산업으로 다루기 때문에 항공의학 분야도 일정 부분 정부 주도의 운영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공군의 의무조직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민군 협력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해외에서의 항공학회 모임에 가면 약 1/3 정도는 항상 군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군의 항공의료센터에 항공의학 관련 시설 및 전문가 다수가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 민간부문에서의 중추 기관은 항공우주의학협회로서 항공의학 관련 정부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협회 산하에 항공우주의학회와 학회지(연 4회 발행, 학술진흥재단 등재후보지)가 있어서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NASA, FAA, 유럽은 유럽우주기구 (ESA) 및 각 대학 및 연구소에 다수의 항공의학 전문가들이 포진하여 활동을 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항공종사자 신체 관리 업무 이외에 항공안전에서의 인적요인 관리, 항공사고조사, 항공기제작 자문, 정부업무, 각종 기초연구 등에 참여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항공기 설계 초기에 인간공학적인 조종실 설계를 자문하거나 사고조사 등을 통하여 항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생리적 고려 사항을 연구하는 것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최근에는 항공사고의 주된 기저 요인으로 밝혀진 피로 문제 해결을 위한 피로 위험관리시스템(Fatigue Risk Management System, FRMS) 기반 연구도 중요한 항목의 하나이다.

항공우주의학분야의 전망
기존의 항공의학 부문에서는 향후도 항공안전이 기본 명제이다. 이에 맞추어 조종사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피로 관리 시스템 최적화, 안전이 담보되는 조종사정년연장, 국가 간 전염병 방역 강화 등이 향후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새롭게 각광받는 관심사는 우주의학 분야이다. 해외 학회에서 연제발표의 약 1/3 정도를 우주의학 분야가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주로 미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연구 및 개발이 활발하다. 저궤도 위성 실험실에서 각종 의학 관련 실험을 수행하면서 우주를 산업의 대상으로 넓히고 있으며 장기간의 우주여행이나 행성 거주에 따른 생존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다. 우주개발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인간이 우주에 진출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항공우주의학적 관리는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중력 부재에 따른 골격 및 근 감소나 화성 등으로의 심우주 여행 및 장기거주 등도 현실화되면서 심우주로부터의 방사선 노출도 중요한 의학적 문제로 떠올랐다. 개략적으로 1년 정도 심우주에 노출되면 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빈도가 1년에 10%씩 증가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연구도 있다. 지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무중력의 우주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많다. CPR을 하는 경우 중력이 없어서 반작용에 의하여 시술자가 밀려나서 압박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 항공우주의학에서 항공분야는 항공종사자 안전문제를 위주로, 우주 분야는 기본적인 생존 및 산업화를 목표로 향후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연간 전 세계 항공 여행객이 1억 명을 돌파하고 항공산업이 각 나라에서 국가 기간 산업화되면서 항공우주의학 분야의 저변도 대폭 확대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위에 언급된 여러 가지 도전과제들의 해결방안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Reference
1. 항공안전법 및 시행규칙 (국토교통부 법령20051호 2024. 1.16개정)
2. https://www.icao.int/safety/aviation-medicine/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06653)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4길 42, 6층/7층 (서초동, 하이앤드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