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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63 August 2024

학술대회특집(2)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 마음으로”를 슬로건으로 지난 6월 14일 개최 되었다. 의료계의 한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인 만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의료 정책을 여러 단체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학술대회에서 반응이 좋았던 주요 강의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서 다루고자 한다.

◎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세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의과대학은 준비되어 있는가?

양 은 배연세의대 의학교육학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지금의 우리 사회를 잘 설명하는 단어는 갈등과 혼란이다. 정부가 발표한 미래 어느 시점에 의사가 정말 부족할지, 입학 후 전문의 배출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입학정원 증원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과대학이 증원 이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교육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합리성(상황과 이치에 맞는)과 이성(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한 담론 체계는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우리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가 말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불안감이 침습하고 우울하다.

전공의 사직은 현실이 되었고 의과대학 학생은 여전히 학업의 자리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567명(1,509명 증원)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선발 절차가 시작되었고, 머지않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의학교육이 시작될 것이다. 학생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 차별화되고 경쟁력이 있는 교육과정은 마련되어 있는지, 최상의 교육과 수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지, 다양한 질병과 환자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교육병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수는 충분한지 등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대학은 준비되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핵심은 인적자원, 재정, 그리고 대학의 의지이다. 의과대학의 핵심 인적자원인 전임교원은 대학의 교육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의학 분야는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8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입학정원 증원으로 학생 편제정원이 늘어나더라도 교수 1인당 2.59명(현 입학정원 기준 교수 1인당 1.59)으로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충족한다. 그러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마찬가지로 그냥 숫자일 뿐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일반대학과 달리 의과대학에는 진료를 주요 책무로 하는 임상교수, 연구를 전담하는 연구교수가 많이 있다. 기초의학 분야는 교수의 신규 채용이 어렵고 기관별로 편차(22명에서 88명)가 크다. 또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등 기초의학 8개 분야는 의사 교원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아닌 학생 1인당 교수를 계산하였을 때 하버드 의대는 17.5명, 도쿄의대는 3.2명, 우리나라는 0.63명 수준으로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 전임교원이 충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의과대학이 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투자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22년 발간한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의과대학이 있는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3.5%(교육부 2020년 목표치 40.0%)에 달한다. 학생 장학금 대비 등록금 환원율은 낮으며 재단전입금 규모가 5% 미만인 사립대학도 많다. 의과대학이 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은 3.8~60.6%로 대학별 편차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입학정원을 증원한 대학이 교육의 질적 수준 유지와 향상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합리적 의문이다. 국립 의과대학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사립 의과대학에 대한 사학진흥재단의 융자금 지원도 25학년도 학생에게는 해당하는 사항이 없어 보인다. 교육부는 9월에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예산은 여전히 기재부와 협의 중이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의 대규모 증원에 따른 대학의 교육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고 교육 투자가 적시에 이루어질 것인지 아직도 불확실하다.

의과대학은 학생이 최신의 의학지식과 의료기술을 습득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 수호하는 의사, 그리고 최첨단 연구를 통해 바이오헬스분야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탁월한 의학자로 성장하도록 최고 수준의 의학교육을 제공하여야 한다. 의과대학은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 유지와 향상을 위해 어떤 의지가 있을까? 이론과 실습 과목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40~60명이 최적의 수업 단위로 권장되고 그 이상을 초과하면 분반 개설을 통해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대학의 기본 교육 방향이다. 이번 입학정원 증원으로 5개 대학이 76~99명, 25개 대학이 입학정원 100명~149명, 10개 대학이 150명~200명으로 학생 규모가 확대되었다. 많은 대학이 전체 학생이 교육받을 수 있는 강의실이 준비되어 있거나 연차별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한다. 의과대학 학생은 일반대학과 달리 주당 36~40시간, 학기당 45주 정도 교육을 받으며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진행한다. 소규모 토론, 실험·실습, 그리고 임상실습을 제외하고는 분반 수업도 거의 없다. 의학교육의 질은 전체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유무가 아니라 교수와의 상호작용, 성찰과 피드백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담보할 수 있다. Bandiera(2010)의 연구에 의하면 학생 규모가 커질수록 교수자와 학습자의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학업성취도는 낮아진다. Monks & Schmidt(2011)도 학급 크기가 교수와 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Hemmer 등(2008)은 입학정원이 늘어나는 경우 교육병원과 병상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의학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대학의 의지와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은 학생이 입학하는 시점에 그들의 졸업까지 적용받게 될 학칙을 마련하고 있어야 하고, 그들이 이수해야 하는 6년의 교육과정과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의과대학 2025학년도 입학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에도 의과대학의 교육 준비는 계획단계이거나 진행형이다. 의과대학 학생 모집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이러한 준비가 선행되고 확인되어야 한다. 선후관계가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도 의학교육의 부실이나 질적 수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하는 단언만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하여 현 의과대학 학생의 교육 기회가 제한될 수 있음을 지적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과 의학교육의 파행과 부실이 명확하다는 의학교육 현장에 있는 의과대학 교수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명약관화(明若觀火)는 기원전 14세기 상나라 왕 반경이 도읍을 옮기면서 대신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둘러대거나 변명한다면 상대와의 믿음이 깨진다는 의미이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 거짓이 없고 모든 일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명약관화는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가 의학교육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지만 대안을 마련하고 의과대학의 교육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의과대학의 준비를 위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기준과 활동은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 대학은 의학교육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배분하여 학생에게 최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정기평가, 중간평가, 주요변화평가를 통해 의과대학의 준비 정도와 의학교육의 질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 공포해야 한다. 국민과 사회는 의과대학이 준비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것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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