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 마음으로”를 슬로건으로 지난 6월 14일 개최 되었다. 의료계의 한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인 만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 의료 정책을 여러 단체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학술대회에서 반응이 좋았던 주요 강의를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에서 다루고자 한다.
박 용 범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
우리나라 인턴제도는 1957 년 법제화를 통해 수련병원 지정에 따라 1958 년부터 정식적인 인턴 수련이 시작되었다. 인턴 수련과정은 ‘의사면허 취득자에 대하여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과정으로서, 독자적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처치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고, 의사로서 품위 있는 태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턴 기간은 일차진료 능력 확보와 더불어 장래 희망하고자 하는 전문과목에 대한 진로 탐색을 통해 전공 선택의 최종 판단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 인턴수련프로그램에 대해 논란이 되는 점은 인턴 과정을 마치고 나서도 충분한 일차 진료 능력의 확보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며, 충분한 진로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동안 인턴수련개선에 대한 여러 국내 연구들이 있어왔다.
고윤웅 등의 ‘임상수련 의무화 방안’ (2004), 이선우 등의 ‘한국의 새로운 인턴 수련프로그램 개발: 일차진료의사’ (2020), 홍윤철 등의 ‘2 년 일반 전문의 도입’ (2024) 등은 2 년제 인턴제도를 제안하였는데, 가장 큰 논거는 의과대학만을 졸업한 의사는 독자적으로 진료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현재 1 년제 인턴수련으로는 일차진료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조정현 등은 ‘임상수련 의무화 방안에 관한 전공의들의 인식과 견해’ (2009)에서 의무적 임상수련 2 년 과정을 통해 독자진료능력 획득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 회의적 의견을 냈었고, 인턴수련 기간의 단순한 연장을 우려하였다. 왕규창 등의 ‘전문의제도 개선방안’(2011)에서는 전공의 수련에 들어가는 경우 인턴 수련을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였고, 인턴제도 폐지를 제안하였다. 인턴제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지속되다가 인턴제 폐지가 입법예고 되기도 하였으나 전공 탐색의 기회가 없어진다는 의대생들의 반발과 전국 수련병원장들의 반대 등으로 논의가 유보되었다.
현행 인턴제도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4주 이상을 근무, 나머지 순환근무는 선택적으로 과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피수련자의 개별적 교육수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병원의 필요에 따라 여러 과를 순환하는 상황이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인턴을 수련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수련병원이 존재하며, 많은 수를 자병원 형태로 선발하기 때문에 순환근무 불균형 등의 문제가 있다.
교육주체(병원 수련교육 부서)가 인턴 교육에 대해서 관심이 낮으며, 인턴 교육에 집중하려고 해도 각 개별 과에서 인턴 교육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인턴은 소속감이 결여되어 있으며 방임되기 쉬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환자들의 인식 변화와 그에 따른 권리 증진으로 인턴이 진료하는 것에 대해서 반감이 큰 실정이다. 일차진료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차진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험이 필요한 부분인데, 환자들의 입장에서 수련병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병원에 오는 이유는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지 인턴에게 일차진료를 받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인턴수련프로그램의 수립과 실행을 관리하거나 인증하는 기관이 없고, 그 책임을 수련병원에게 돌림으로써, 현재와 같이 각 병원, 각 과에서 제각기 다른 수련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어 원래의 인턴 수련과정의 목표와 괴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각 수련병원의 각 과별로 인턴수련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수련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진로 탐색 또한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인턴 수련 교과과정은 잘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수련병원별 교육의 질적 차이가 크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전공의 교육에 비해 인턴 수련교육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인턴이 주 80시간 이상 초과 근무하기도 하며, 수련 초기에는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술기를 환자에게 시행하는 경우가 있어 환자 안전 및 교육생의 안전한 수련환경 측면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 수련환경 평가는 수련병원 시스템, 인턴 만족도 등 형식적인 내용과 증빙자료는 있으나, 역량 성취에 초점을 둔 현장 바탕 평가는 부재하다. 이를 위해 인턴수련 표준교육안을 만들어 교육을 체계화시키고, 인턴 전담 지도전문의를 국가가 지원하여 지정하고 실제 수련·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인턴 수련교육의 주체가 있어야 하며, 인턴 역량의 내실 있는 수련교육의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문제점을 고려하여 적절한 교육 및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실제 인턴 역량 수련교육이 잘 이루어지는지 인턴 지도전문의 제도화가 필요하고, 주요 과별 인턴 수련 지도전문의에 대한 적절한 리워드가 필요하다. 인턴 수련프로그램의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핵심역량을 습득했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와 평가가 뒤따라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를 책임지는 지도전문의의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보상체계와 재원, 그리고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행 1 년제 인턴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1 년이라는 기간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수련 기간을 1 년에서 2 년으로 연장한다고 해서 현행 인턴제도의 문제점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련프로그램의 질이며, 수련프로그램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수련프로그램의 내용, 교육자, 운영 및 관리 주체, 지원 시스템 등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