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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57 February 2024

특별 기고문(2)

◎ 혼을 불어 넣는 학술지 JKMS 편집

홍 성 태전 대한의학회 간행이사, 2009~2023

2009년도 2월에 대한의학회 제20대 김성덕 신임 회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대한의학회 간행이사 겸 대한의학회 발행 영문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JKMS)의 편집인으로 추천을 받았으니, 이를 맡으라는 말씀을 주셨다. 초등학교와 대학 선배님의 말씀이라 수락하기는 했는데 막상 맡고 나니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맡은 것인지 자신이 서질 않았다. 전임 편집인 조수헌 교수님으로부터 업무를 인수하고 난 다음 첫 호를 내는데 이대로 출간해도 되는지 불안하여 원고를 보고 또 보고 나서야 발간하였다. 아직도 그때의 설렘이 느껴진다. 나와 JKMS의 인연은 19대 임원 임기에 간행위원 참여로 시작하여 20대에 편집인으로 이어진 셈이다.

2009년 편집을 시작한 해에는 한 호에 26개의 원고를 모아서 2개월에 한호씩 일 년에 6회 발간하였으므로, 두 달에 한 번 한 달 정도 집중하면 대체로 원고를 정리하고 다듬고 저자와도 교류하여 무난히 학술지를 정시에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절차가 끝나고 출판을 대기하는 원고가 2년 치 정도 쌓여 있어서 대체로 원고 접수부터 2년이 넘어서야 출간되는 상황이었다. 학술지 입장에서는 완성된 원고가 대기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나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논문의 학술 원저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 이것부터 해결하여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간행위원들과 의논한 다음 회장님의 동의를 얻어서 2010년부터 발간하는 제25권부터 월간으로 전환하여 연간 12회 발간하고 글로벌 표준에 맞는 Open Access 출판을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대기하던 원고들을 약 1년여에 걸쳐서 모두 발간하여 장기 적체를 해소하였다. 동시에 학술지 웹사이트를 개편하여 단순 PDF 연결 수준 온라인 발간을 웹상에서 참고문헌 링크와 함께 검색 등 온라인 출판 기능이 다 구현되는 규격에 맞는 온라인 학술지로 발간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월간 발행을 하고 보니 편집 일이 상설 업무가 되었다. 본업이 원래 있으면서 겸업으로 수행하는 업무이다 보니 시간에 많이 쫓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원고는 충분하지만 소위 임팩트있는 원고가 없으니 인용지수(Journal Impact Factor, JIF)가 오르지 않아 마을을 졸였다. 그래도 김동익 회장님 임기 중인 2012년에 JIF 1.0을 넘기면서 지제근, 조승열 선생님 등 대한의학회 어른들을 모시고 자축하는 기념 잔치를 하였다.

그리고 2016년 이윤성 회장님 임기 중에 대한의학회 50주년 기념행사 식장에서 이 때 마침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ICMJE)의 15명의 집행위원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그 기념행사를 겸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출판사 아카데미아와 엑스엠엘링크에 감사패를 전달하였다. 그 시절까지는 원래 종이책 학술지의 관성으로 출판이 이원화되어 종이책과 PDF 제작은 아카데미아가 온라인출판은 엑스엠엘링크가 분리 작업하고 있었다.

2017년 간행위원회에서는 그 전부터 생각하였던 주간발행을 제안하면서 기술적인 어려움과 재정 문제를 말했더니 당시 간행위원인 이춘실 교수가 기술적인 어려움을 자청하여 바로 실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주간 발행은 신속성을 확보하고 그릇 크기를 키우는 동시에 종이책을 중단하면서 전체 출판과정을 일원화하여 온라인 학술지로 효율을 높이는 목적이 컸다. 그래서 출판사 엑스엠엘링크와 치밀한 준비 작업 끝에 이윤성 회장님과 이사회 승인을 거친 후에 2018년부터 대망의 주간발행을 시작하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주간 발행하는 의학학술지로 Lancet,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JAMA, BMJ,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Deutsches Ärzteblatt International의 6종이 있고 의학 외에 종합 과학 학술지로 Nature와 Science가 있다. 주간 발행은 충분한 수의 원고가 미리 대기해야 하고, 연중 상시 편집실과 출판실이 가동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전속 출판실이 없는 우리가 2018년 이래 한 번도 어긋나지 않고 매주 월요일에 연간 50회 안정되게 정시 발간한 일은 경이적이다.

이는 학술지 발간을 위한 편집실과 출판사의 팀워크가 안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이다. 더욱 예산 규모로 보면 아마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그리고 선도적인 편집 전환이 결국 2020년 코로나19 범유행 시에 그 힘을 발휘하여 2021 JIF가 5.354에 이르는 쾌거를 이루게 되었다.

JKMS 편집인으로 일을 시작하고 보니 일인 체제 편집이 가장 불안하였다. 내 전임자들이 하신 대로 하느라 개인적으로 엄청 힘들기도 하였지만, 혼자 편집 업무를 모두 감당하다 보니 우선 내가 아파서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학술지가 마비될 수도 있었다. 제대로 된 학술지라면 편집인이 앓아누워도 학술지는 차질 없이 정시 간행되어야 한다. JKMS도 내가 맡은 초창기에는 그 수준이었고 이래서야 어떻게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일이 부편집인을 늘리고 역할을 분담하여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었다. 그리고 편집실 직원도 두 명으로 늘림과 동시에 역량을 높이고자 하였다.

편집실 직원이 단순 보조 업무에서 제대로 원고를 편집하는 역량을 갖추고, 편집 윤리, 투고 시스템 관리, 편집과 발간의 구체적인 실무를 모두 정확하게 알고 수행하는 실력을 갖추도록 교육하였다. 동시에 출판사에도 JKMS 담당 출판 라인을 분화하고 담당자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도록 노력하였다. 그럼으로써 어느 단계의 사람에게 어떤 사정이 생기더라도 주간 발행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시스템으로 안정된 편집실과 출판사로 정착되었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나는 미국 MGH의 증례소개와 퀴즈를 보면서 JKMS도 이런 교육적인 논문을 연속하여 내어 독자에게 교육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의 참여를 높일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런 원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학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과 합의가 되었다. 2022년 6월 10일에 정지태 회장님을 모시고 가톨릭대학을 방문하여 합의문에 서명하였고, 6월 20일 37권 24호에 Case Conference 1을 발간한 이래 매월 한 편씩 지속하여 2023년 12월 11일 38권 48호에 Case 17을 발간하였다.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양철우 주임교수님을 위시한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면서 국내 학술지의 새로운 온라인 출판 유형으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한다.

학술지 편집은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서 연구 성과에 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결국 어떤 연구이든 세상에는 논문으로 남는다. 학술지 편집은 단순 출판 작업이 아니라 학문적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이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편집해야 그 자식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출판 후에 세상에 나가 번듯하게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다. 원고 접수가 잉태 순간에 해당하지만 그 이후 출판까지 열 번 이상 손을 대야 하고 출판 후에도 문제가 없는지 보살펴야 한다.

사실 JKMS 편집인으로 15년간 일하면서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외부로부터 JIF를 올리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내부에서는 재정 독립을 하라는 압력이 있었으며, 내가 출판사와 이해충돌이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이해충돌은 국내에서 온라인 학술지 출판을 처음 시도하던 시점에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의편협) 출판팀을 엑스엠엘링크라는 회사로 분리하기 위하여 의편협의 전임 회장님들과 2008년 당시 의편협 임원들이 주주로 투자하여 영리법인을 설립한 일에서 기원하였다. 이는 의편협 핵심 인물들이 학술지의 온라인 출판을 국내에서도 가능하게 하자는 선의의 결단으로 생긴 태동기의 일이다. 당시 의편협 임원의 한 사람으로 나도 기꺼이 참여하였다.

이런 문제 제기는 사안을 거두절미한 매우 악의적인 흔들기였지만 그 당시 발행인인 장성구 회장님과 정지태 차기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잘 넘길 수 있었다. 이런 몇 가지 일을 겪으면서 무엇보다 학술지 편집이 눈에 보이는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주위의 지지가 더 필요한 외로운 일임을 실감하였다.

학술지 편집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단 원고에 애정을 갖고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지난 15년간 약 4500편 논문을 세상에 태어나 존재감을 보이도록 정성을 들였다. 정말이지 논문 하나의 발간에 들어가는 여러 사람의 정성은 학술적인 아기 탄생에 해당한다. 그래서 학술지 편집이 보람이 큰일이기도 하다. 학술지를 통해서 세상에 나온 옥동자들이 짧은 기간 안에 100회 이상 인용되면서 날개 달고 세상을 활개 칠 때 기쁨을 느끼고 행복하다. 다만 아직 여러 이유로 국내 발행 학술지에 난 논문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연구행정 환경이 걸림돌인 것이 안타깝다. 혼을 넣은 편집으로 태어난 국내 학술지 논문이 해외 학술지와 똑같이 당당하게 인정받게 되기를 기대한다.

JKMS 학술지를 믿고 귀중한 연구 성과물 원고를 맡긴 저자, 이를 다듬어 옥동자로 태어나게 하는 과정에 참여한 심사자, 편집인, 출판실무자, 그리고 출판된 논문을 찾아 인용한 독자들이 있기에 오늘의 JKMS가 가능하였다. 이 학문 공동체에 계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대한의학회의 20대부터 24대에 이르는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임원님들과의 교류도 내 삶에서 중요한 활력소가 되었다. 그런 행복을 15년간 누리고 훌륭한 후임자인 유진홍 교수에게 편집 일을 넘길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15년을 함께 부편집인으로 묵묵하게 일한 김종민 교수의 헌신에 감사한다. 다음 대한의학회 25대 집행부도 이전처럼 학술지 JKMS의 발전을 중시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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