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진 우대한의학회 제25대 회장
오늘 저는 우리나라 의학계의 대표기관인 대한의학회의 제25대 회장의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1966년 34개 학회를 회원으로 당시 ‘분과학회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대한의학회는 이후 58년을 거치면서 194개의 회원 학회를 두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단체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동안 오늘날의 대한의학회가 있기까지 헌신하신 역대 회장님들과 임원님들 그리고 의학회를 중심으로 뜻을 함께해 주신 회원학회 대표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의학회는 이제 2년이 지나면 창립 60년을 맞게 됩니다. 창립 이후 대한의학회는 설립 취지에 따라 의학 발전, 회원학회의 육성과 지원을 통해 국민 보건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저는 전임 회장님들께서 지켜 오셨던 의학회의 설립 정신과 추구해 온 가치를 이어받아 의료계뿐 아니라 국가, 사회단체 속에서도 의학회의 위상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3년간 전임 정지태 회장님께서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의학 학문 발전을 위한 고유사업을 지속하셨고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주한 새로운 연구사업을 유치하여 많은 회원학회가 학회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또한 ‘간호법’ ‘의료인 면허 취소법’ ‘의사인력 확대’와 같은 민감한 의료정책 사안에 대한의학회의 입장을 분명하게 피력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의학 학술단체의 최후 보루인 대한의학회의 입장 표명은 의료계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의료인이 단합하는 큰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의학회가 나아갈 바를 견지하고 이번 집행진에서 의학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전임 회장님들이 만들어 놓으신 훌륭한 전통과 학술적인 지속사업을 계승하면서 몇 가지 사업에 중점을 두고 회무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먼저, 회원학회와의 소통을 강화해 학회 운영상의 어려움과 필요를 채워주고 학회 간 갈등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 조직을 강화하여 학회 지원체계를 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원학회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각 직능별 조직을 만들어 정책의 발굴, 개발, 연대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의학회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 신뢰성과 회원학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료정책 및 제도연구, 의학기반 국가 경쟁력 강화, 첨단 의료기술 연구 등에 관한 사업단을 활용하여 회원학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다져 나가겠습니다. 올해 4월 보건산업진흥원의 후원으로 중개의학 연구 센터를 개소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의료기기, 보건의료용어 등의 꼭 필요한 연구 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의료행위와 관련된 법적인 분쟁,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 의사인력 확충과 관련된 여러 현안들은 이제 의료계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 정부, 국회 및 법조계와의 소통를 강화하고 상호 이해를 통해 의학회의 시각과 대안을 전달하는 창구를 정기화, 상시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책의 보다 지속적인 발굴과 실현을 위하여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대한 정책이사를 신설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대한의학회의 재정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고유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예산은 전체 예산 중 24% 수준으로 주 재원은 외부단체 보조금과 회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적극적인 학술진흥 사업과 학회 지원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의학회의 재정자립도가 상당히 취약한 상태입니다. 이 문제를 다룰 ‘의학회 도약을 위한 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기부금 확대와 신규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졸업후 의학교육과 전문의제도, 보험제도를 비롯한 의료정책과 의학교육제도를 비롯한 고유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회무를 추진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 관련 단체와도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대한의학회 회원 여러분,
지금 우리 의료계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의사인력 확충과 같은 문제를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기영합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우리가 구축한 선진국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선배들이 쌓아온 의료의 전통과 자부심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우리 의료는 수많은 난관과 외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오늘에 이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문제도 여러분들의 뜻과 지혜를 모으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제25대 대한의학회 집행진은 대한의학회의 설립 취지와 당면한 시대 정신을 인식하고 의학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선 해야할 일을 잘 선택하겠습니다. 선택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집행의 책임을 더 크게 여기겠습니다.
앞으로의 3년 동안 회원 여러분의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