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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54 November 2023

1분 소확행

◎ 취미가 진심이 되다(6) – 스쿠버 다이빙에 빠지다

권 정 택 중앙대학교병원장

스쿠버 다이빙은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인 스쿠버(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SCUBA)를 착용하고 해양 생태계를 관찰하는 스포츠이다. 신경외과 의사로 보람되게 살아왔지만, 뇌신경 중환자를 수술하며 늘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쿠버 다이버로 푸르고 차가운 바닷물 속에 들어가면, 정신이 맑아지고 황홀경과 무아지경의 경지에 다다르는 경험을 한다. 이렇게 스쿠버 다이빙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잠수를 할 수 있을 만큼 동년배보다 뛰어난 폐활량을 자랑하고 있다.

내가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에 기댄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던 중 우리 병원 식당가에 위치한 도너츠 가게 사장이 스쿠버 다이빙 강사였던 것이다. 그의 적극적인 권유로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해 오픈 워터(open water) 자격증을 취득했다. 오픈 워터는 스쿠버 다이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밟아야 하는 필수 코스로 실내 수영장에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마친 후 해양 실습을 이수해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6M 풀장에서 입수 방법과 수중 유영법 등을 익히고 제주도에 가서 해양 실습을 받은 후 나는 오픈 워터 다이버가 됐다.

처음 필리핀으로 해외 원정 스쿠버 다이빙을 갔던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수경에 가득 술을 담아 마시며 신고식을 치렀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은 중급 실력을 갖춘 어드밴스(Advanced) 다이버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항상 ‘버디’라는 짝과 2인 1조로 잠수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공기통이 비게 되면 버디의 여분 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할 수 있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안전하다. 나의 두 아들도 스쿠버 다이빙 오픈 워터 과정을 이수하고 현재 는 어드밴스로 함께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우리 삼부자는 취미를 공유하면서 더욱 끈끈해졌다. 배를 타고 다이빙 장소를 찾아 나가는 동안 바다 위에서 사뭇 진진한 인생 이야기가 오갔다. 주변에서는 장성한 아들들과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나를 부러워할 정도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이지만, 나에게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 한 번은 허리에 차고 들어가는 웨이트 납을 하나 적게 장착하고 물에 들어갔다가 몸이 부력을 이기지 못하고 위로 떠오른 것이다. 보통은 5m 깊이에서 3분간 대기했다가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같이 들어갔던 둘째 아들이 놀라서 따라 올라와서는 코피가 나서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납덩이 하나도 이럴진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공기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스킨 다이빙에도 마스크와 스노클, 핀을 갖춰야 하며 여기에 장갑, 슈즈, 웨이트 등을 더해 물속에 들어간다. 스쿠버 다이빙은 좀 더 깊은 바닷속을 탐험하므로 체온을 유지해 주는 슈트와 공기통, 호흡기, BCD(부력조절기)를 필요로 하며, 잔압계와 수심계, 나침반 등도 안전을 위해 꼭 갖춰야 한다.

고급 취미라면 고급 취미이다. 소형 중고차 한대 값은 너끈히 넘는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구비했다. 이런 나에게 가장 소중한 장비는 다이브 컴퓨터로 불리는 스쿠버 시계다. 과거에는 잠수 깊이와 시간을 표에서 확인하여 출수 시간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시계의 내장된 컴퓨터가 잠수 깊이와 시간을 자동으로 계산해 준다. 수중 5m에서 감압하고 출수하는 시간을 알려주어 더욱 안전하게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수중에서 급하게 상승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출수 후에는 얼마간 비행기 모양의 아이콘이 나타나는데, 비행 금지 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국내 다이빙 스팟 중에는 색이 아름다운 산호가 많은 제주도가 으뜸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를 접하고 있어 스쿠버 다이빙하기 좋은 환경 같지만, 수온이 차가워 두꺼운 슈트를 필요로 한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수온이 30도 정도로 따뜻해 수영복만 입고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고 자격증만 있으면 외국에서 공기통과 장비를 대여해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해외 다이빙 포인트로 신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팔라우를 추천한다. 엔데믹 시대는 끝나가지만 푸른 바다 속을 유영하며 느끼는 해방감을 보다 많은 이들이 누리길 바란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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