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희 철전북대병원장,
수련환경평가위원장
조 대 선전북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장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교육 제도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료에 필수가 아닌 진료과목은 없지만 특히 생명을 직접 다루는,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최근 수년 동안 새롭게 전공의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것은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내지 어두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해당 학회들은 전공의 수련 과정을 더욱 내실 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는 분과 및 세부 전문의 제도가 정착되어 각 진료과목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과거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면서 역량 중심의 수련 교육을 제시하고 각 병원의 수련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전문의라면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할 여러 전문 역량 항목들을 연차별로 제시하고 이를 술기교육, 자율평가, 지도전문의 평가 등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의가 갖추어야 할 역량은 크게 핵심(core) 역량과 발전(advanced) 역량으로 구분한다. 핵심 역량은 전공의 수련 과정 중에 반드시 알고 수행하여 전문의가 되었을 때 독자적인 진료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 것을 말하고 발전 역량은 전문의로서 보다 우수하고 진전된 수준의 역량을 갖추도록 권장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약칭, 전공의법)의 시행에 따라 전공의 수련 시간이 줄어들면서 누락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환자 경험을 e-learning, 전문학회 주관의 상담 및 술기 교육 등을 통해 보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과의 외상중환자, 초음파과정, 복강경, 내시경 과정 등과 소아청소년과의 육아상담, 모유수유 상담 과정 등이 그 예이다.
과거에도 이런 과정이 수련 중에 없었던 것은 아니고 각 병원의 수련프로그램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던 것이지만, 공백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전문학회가 직접 수련 과정을 제공하고 이를 전공의가 제대로 교육을 받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전문의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인정 과정들은 과거 전공의 수첩에 적던 것을 인터넷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형태로 쉽게 기입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련 과정 중 의료전문가로서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도 강조되고 있다. 환자는 물론이고 의료진 및 의료관련 타직군에 대한 존중, 의료윤리, 보건의료법규, 효율성과 공평성에 기반한 자원의 관리, 환자 안전 및 감염관리, 사회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책무, 자기 계발, 팀워크와 리더십, 실습 학생과 인턴을 포함한 후배 연차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역량, 연구 설계와 논문 작성 등 의료전문가로서의 다양한 역량을 수련 과정 중에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수련 프로그램이 각 수련 병원에서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 지도전문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일정 기간 이상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면 지도전문의자격이 주어졌지만, 현재는 전공의법에 따라 자격을 갖춘 전문의에게 수련병원의 장이 지도전문의를 지정하게 된다.
지정을 받으려면 일정 시간 이상의 지도전문의가 되기 위한 기초교육과 정기교육을 받아야 하고 해당 진료과목의 수련 내용, 교육 및 평가 등은 물론이고 전공의가 지켜야 할 윤리와 지도전문의 자신이 지켜야 할 윤리규정 등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책임지도전문의는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을 총괄하여 관리함과 동시에 지도전문의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각 학회에서는 책임지도전문의에게 전공의법이 규정한 수련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전공의 근무환경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련교육 제도하에서 학회가 정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에 따라 내실 있게 수련을 받는다면 충분한 역량을 갖춘 훌륭한 전문의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수련을 받는 전공의가 있어야 새로운 전문의가 배출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또한 학회와 지도전문의, 책임지도전문의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그 진료과목을 선택한 전문의로서의 앞길이 밝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다. 필수 진료과를 선택한 이들이 희망을 갖고 수련에 임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과 정부, 의료계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