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필법무법인 의성 변호사
(2023년 4월 초 현재) 형사처벌과 관련하여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결격사유를 강화하고, 의료인이 이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기습 상정되고, 이에 대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어떤 법을 위반하던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자는 그 집행이 끝난 때(또는 사면된 때)로부터 5년, 금고 이상의 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된 자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때로부터 2년, 금고 이상의 형에 선고유예가 선고된 자는 선고유예 기간이 지날 때까지는 의료인이 될 수 없으며, 만일 의료인이 된 이후 이에 해당하면 해당 의료인 면허가 취소된다. 이 규정은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법무사법 등 법률‧회계 분야 전문직종 관련 법률 규정과 똑같다. 다만 인체에 침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인이 항상 부닥칠 위험에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설령 금고 이상의 형으로 처벌되더라도 의료인 면허취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
물론 의사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영구히 취소되는 것은 아니고, 금고 이상의 형 선고로 면허가 취소된 때로부터 3년이 지나면 의사면허 재교부가 가능한데, 개정 법률안에서는 재교부 요건 역시 강화하여 의사면허 취소 사유[금고 이상의 형 선고, 면허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 3회 이상 면허정지, 면허 대여,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중대한 위해 발생,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행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로 하게 한 때 등]에 따라서 1~3년 지난 후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는 때라는 기존 요건에 더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 이수한 경우’에 재교부할 수 있도록 하였고, 금고 이상의 형 선고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자가 또다시 금고 이상의 형 선고로 의사면허가 취소되면 10년이 지나야 의사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도록 강화하였다. 그리고 의사면허가 취소되었다가 1~3년이 지나서 의사면허를 재교부받은 의사가 ‘면허정지’ 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바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을 강화하였다.
의료법 개정안에서는 의료인에 대하여 이렇게 면허취소 요건을 확대하는 이유로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고,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실정 때문에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음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에 대하여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려면 그에 합당한 정도의 전문성 인정과 그에 맞는 우리 사회의 대우가 전제되어야 하고, 변호사, 법무사처럼 의료인에게도 의료인 단체에 자율징계권이 부여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라 국민의료에 종사하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직업인이다. 따라서 의료인이 의료법, 약사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은 국민의 생명, 건강과 질병에 관련된 법률을 위반한 때에 의료인 면허를 취소, 정지하는 것은 필요하고, 인체를 다루는 특성상 의료인이 진료 대상인 환자에 대해 성범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으로 처벌된 경우와 같이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를 범한 것이 분명한 의료인에 대해 면허 관련 처분을 강화하는 것은 별도 논의를 할 수 있더라도, 이를 넘어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된 어떠한 법률 위반을 한 의료인에게 법률‧회계 등 사회 시스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등과 똑같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아울러 의료인 면허에 대한 행정처분은 해당 의료인의 고의, 과실 여부를 불문하는데(예를 들어 의료기관 원장의 지시도 없었고 원장 몰래 소속 직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원장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하지 못하면 해당 원장이 의료법상 양벌규정으로 벌금형을 받게 되고,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게 됨) 의료법 개정안에서 의료인 면허가 취소되어 재교부를 받은 자가 면허정지 처분 사유에 해당하면 무조건 의료인 면허를 다시 취소하도록 한 것은, 의료인 면허정지 행정처분의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의료인 면허정지 처분은 무조건 의료인이 직접 저지른 위법행위 때문에 내리는 것이라고 잘못 이해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은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익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고, 처벌과 제재 강화가 질서유지를 위한 최우선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어느 집단이든 일정 비율의 일탈자는 존재하는데, 빈대 몇 마리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잘못을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충분한 논의와 이해 없이 의료법 개정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국민 건강과 의학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대다수 의료인이 안심하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