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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LETTER No.127 May 2021

1분 소확행

◎ 이탈리아의 정열, 칸초네

강 길 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필자의 고교시절인 1970년대 중반에는 매년 2~3차례씩 문학의 밤과 전교 체육대회 중에는 공연이 있었다. 단골 레퍼토리는 비지스, 사이먼&가펑클 등의 팝송과 이들의 번안곡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중 단골곡이 트윈폴리오 윤형주·송창식의 “축제의 노래“였다. 가사 “달무리 지는 창문을 열면/싱그런 바람 꽃 내음 속에/춤추던 여인 아름다워라/황홀한 달빛 꿈에 잠기면/다시 또 보이네 축제의 밤 (하략)”는 웬만한 시보다도 훨씬 멋진 시적 가사이다. 모든 대중가요는 이러하다. 노래마다 사연이 다 있다. 이런 이유로 밥 딜런이 2016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리라.

이 원곡은 이탈리아 노래 축제의 노래(Aria Di Festa)인데 이 노래를 불렀던 빨강머리 밀바(Milva La Rossa 본명: Mara Ilva Biolcati)가 한 달 전 4월 24일 타계하였다. L’immensita(눈물 속에 피는 꽃: 배호, 한경애 부름), La Cumparsita(라쿰파르시타), Nessano di Voi(서글픈 사랑, 비련), La Novia(신부) 등의 히트곡이 밀바의 곡인데 이 번안곡은 국내에서 널리 불려 졌었다.

이탈리아 가요를 칸초네, Canzone라고 불린다. 뜻은 ‘노래’로 오페라의 아리아 등의 순수 클래식 곡을 제외한 대중들이 널리 부르는 이탈리아 팝송을 일컫는다. 지난 4월에 소개했던 포르투갈의 파두와는 달리 칸초네는 아름답고 흥겨운 선율과 따라 부르기가 쉽다. 이탈리아인의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 낭만·정열의 정서적 특징과 로마시대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화·경제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 (좌측상단) Salina dei Monaci(로마군인이 관리하는 염호) 표지판 /
(좌측하단) 사진의 수로를 따라서 지중해에서 밀물이 들어오면 가운데 사진의 염호로 들어가 바닷물이
증발하여 소금농도가 진해져 소금 만들기가 수월하다. 우리나라의 죽방염과 같은 이치이다 /
(우측) 저 멀리 지중해는 이탈리아 반도인들의 기상이다. 온후한 사계절의 날씨 덕에 멋진 칸초네가 탄생한 것이다 >

이탈리아 국토는 장화같이 생겼다. 장화 굽 부분의 아드리아해와 이오니아해가 만나는 곳에 Manduria라는 조그만 도시에는 로마 군인이 관리하던 소금호수인 Salina dei Monaci(로마 군인이 관리하는 염호)가 있다. Salina은 영어로는 Saline으로 어근 “sal-”(salt, salz 등)은 소금을 나타낸다. 이 염호에서는 지중해의 바닷물을 가두어 증발시켜 소금을 만든다. 이를 Salaria라는 소금을 운반하는 도로를 따라서 500여 km 떨어진 로마로 운반하여 로마 군인들에게 나눠준 것이 바로 Salary, 월급이다. Saline → Salaria → Salary 즉, 월급의 원래 뜻은 짠 것이다. 그러니 월급은 받으면 달아야 되는 데, 짜서 항상 부족한 것이 바로 월급인 것이다.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소금물을 더 들이키면 물을 더 들이키듯이 더 모자라다. Sugary(슈가리, 설탕)이었으면 훨씬 좋을 뻔했다. 물론 Sugary라는 말은 필자가 만든 것이다. 이렇듯 이탈리아인들은 로마시대부터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세계의 중심지였던 여유와 풍요로움과 자부심이 넘쳐흐르는 곳이다. 지금도 중국 자본이 밀려와 국가 경제는 흔들려도 평온 그 자체이다. 바다에 태풍이 몰아쳐도 수심 10m 아래에는 평온하듯이 말이다.

칸초네는 이탈리아의 각 지역에 따라 다르게 진화하는데, 나폴리의 칸초네가 대표적이다. O sole mio(오 나의 태양), 돌아오라 소렌토로, 카루소 등은 이탈리아의 대표하는 아주 쾌활하고 명랑한 곡이다. 1951년에 이탈리아 북부 해안 도시인 산레모에서 가요제가 창설이 되어 칸초네가 표준화되기 시작하였다. 올해 3월, 71회로 개최되었다. 산레모가요제 곡으로 우리나라에서 대히트한 곡은 이용복이 부른 “1943년 3월 4일생”은 루치오 달라의 1971년 곡 “4 Marzo 1943”, 정훈희가 부른 “마음은 집시”는 니콜라 디바리의 “Il Cuore E’Uno Zingaro”의 번안곡이다. 1958년에 도메니꼬 모두뇨가 불러 최우수상을 받았던 “볼라레(Volare, 날다)”가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친 후에 칸초네는 1960~1970년대에 세계 팝송을 주도하였으나 요즘은 예전보다 못하다.



볼라레의 원제목은 Nel blu clipinto di blu(파란색에 덧칠한 파란색)이다. 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꿈을 떠올려/내 양손과 얼굴에 파란색을 칠 했었어/갑자기 바람에 휩쓸려 왔었지/그리고 끝없는 하늘을 날기 시작했어/볼라레(날아라) 오오! 깐따레(노래해) 오오!/파랗게 칠해진 파란 그 속에서/저 높은 곳에서의 행복을/날아서 행복하게 날았어! 태양보다 더 높이 또 그보다 더 높이/(중략)/하지만 난 너의 아름다운 꿈속에서 계속 꿈을 꿔/별들로 수놓인 하늘처럼 파란 그 속에서/(하략)

풍요로움과 함께 세계 경제·문화·과학을 주름잡던 그 기상과 자부심으로, 파랗게 칠해진 더 파란 그 하늘 속에서 행복과 꿈이 별같이 수놓인 저 높은 곳을 훨훨 나는 칸초네이다. 이탈리아인들은 그 칸초네를 즐기면서 태양보다도 높이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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