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정 원힐세리온 대표
대한의학회 창립 53주년 기념식에서 의사 출신 창업자로서 ‘제4회 이민화 의료창업상’을 수상하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특히, 이민화 회장님께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큰 힘이 되어주셨기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컸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가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해서 의사가 된 후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다가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기의 필요성을 느껴서 2012년 힐세리온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한 만삭의 산모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환자를 관리해 본 경험을 통해 검사실이 아닌 현장에서 바로 진단을 수행할 수 있는 현장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2014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앱으로 구동이 되는 무선 휴대용 초음파 소논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논은 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상급 병원에 환자를 보내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과 통증 주사, 지방종 제거처럼 임상 처치를 할 때 가이드 역할을 하는 보이는 청진기로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휴대용 초음파가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보급이 더디지만, 여러 휴대용 초음파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힐세리온의 미션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활용해서 전 세계 의료 불균형 해소에 기여를 하는 것이라,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소셜 임팩트 분야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임신 기간 중에 초음파 검사를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한 산모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서, 1분 40초 마다 한 명의 산모가 사망한다는 WHO 통계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힐세리온은 2015년 KOICA의 창의적인 개발 프로그램인 CTS 1기에 선정이 되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의 의료 사각 지역 보건소들에 저희 초음파 30대를 보급했습니다. KOICA CTS 프로그램은 추후 공식적으로 빌게이츠 재단의 공동 프로젝트로 편입되었습니다. 또한, 2017년엔 UNOPS의 공공조달 입찰에 선정되어 아프리카 가나 지역 17개 보건소에 저희 소논을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추후 저희 소논을 인공지능 플랫폼과 연결하면 장비 가격에 대한 부담을 낮추어 개발도상국에 더 많이 소논이 보급되어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합니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감염병 상황에서도 휴대용 초음파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코로나 19 환자의 경우 대부분은 경증 환자지만 고령이거나 만성 질환이 있을 경우 사망률은 30% 이상으로 급상승을 합니다. 주로 폐렴이나 급성 성인 호흡 곤란 증후군 (ARDS) 로 인한 사망이 많습니다. 모든 코로나 19 환자를 CT 로 폐질환을 확인할 수 없어서 지금도 증상 유무로 중증을 판단하는데 무증상 환자들이 있어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용 초음파의 경우는 간단히 선별진료소, 음압 병동 등에서 환자의 폐질환 여부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알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소논은 무선 휴대용 초음파라 멸균 커버를 씌워서 진료하기가 수월합니다. 이러한 휴대용 초음파의 효용 때문에 월드뱅크, UNOPS 코로나 대응팀에서 긴급 조달을 시행했고 저희 역시 참여해서 월드뱅크에서 선정이 되어 각 국가별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 19 같은 감염병은 주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높아서 휴대용 초음파의 보급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휴대용 초음파는 1차 의료기관과 병원의 응급실, 중환자실 등 진료 현장에서 사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트레이닝을 받지 못한 의료인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AI를 활용해서 손쉽게 진단이 가능하고 시술 보조에 AI 가이드를 적용시키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산자부 해외 우수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하버드 시스템 바이올로지 연구소와 같이 AI 초음파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초음파에 AI 기능을 넣기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가 라벨을 표시한 양질의 초음파 이미지 데이터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힐세리온은 이를 위해서 인공진화연구소(AGI)를 설립하고, 개도국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의료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라벨링을 하는 클라우드 의료영상 수집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1,000개의 검진센터를 가지고 있는 인도 다이아그노스마트와 협약을 체결하고 초음파를 비롯한 의료 영상 데이터를 공동으로 수집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도는 16억 인구를 기반으로 의료산업이 급성장을 하고 있어서 추후 다이아그노스마트와 한국에서 인도에 휴대용 초음파를 비롯한 의료기기와 의료서비스를 보급하는 사업도 같이 추진할 예정입니다.
힐세리온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으로 동작하는 휴대용 초음파 소논을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욱 휴대성이 뛰어나고, 기존 초음파에 버금가는 화질을 가진 차세대 휴대용 초음파를 올해 출시 목표로 개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초소형 초음파 센서를 길병원, 카이스트, 나노 종합기술원과 개발해서 스마트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 패치 개발도 추진중입니다. 휴대용 초음파, 스마트 패치, AI 의료 데이터 플랫폼 등의 디지털 헬스 케어 사업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전세계 의료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는 것이 저희 힐세리온이 계속 나아가야 할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민화 의료창업상은 저와 힐세리온이 바른 길을 가고 있고 더 노력하도록 격려하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청진기, 혈액 투석기, 뇌전위 측정계 등은 의사들이 의료기기 개발에 직접 참여를 해서 생명을 살리는데 활용되는 성공한 의사 창업의 예입니다. 앞으로 이민화 의료창업상을 통해 의사들의 창업을 활성화시켜서 더 많은 의료기기와 서비스들이 실제 임상에서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