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나 래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이사
조만간 끝나기를 바랬던 COVID-19은 뉴 노멀(New Normal)을 만들고 있다.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일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 새로운 모습은 우리를 날마다 불안하게 만든다.
대개 감염병이 확산이 되면 ‘방역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심리 방역’이라는 말은 의사들 조차도 익숙치 않은 용어이다. 심리 방역이란 감염 위기 상황에서 이 위기와 관련된 효과적인 의사 소통을 하고, 감염병의 확산과 관련해서 발생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정신 건강 서비스를 말한다. 한마디로 감염병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평상시보다 심한 스트레스가 올 때에는 불안이 따라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이란 위험이 다가올 때 우리가 그 위험을 빨리 알아채고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불안은 지금과 같은 판데믹 상태의 방역 활동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병에 걸릴 것이 ‘불안’하기 때문에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쓸데없이 과도한 불안을 가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옳지 않은 정보에 휩쓸려 쓸데없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과도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근거 없는 정보들은 나누지도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의료 전문가인 우리 의사들은 정보의 근거와 진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일반 국민들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릇된 정보만큼 문제가 되는 것은 ‘혐오’ 이다.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혐오로 연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위험 정도를 떠나 누군가 규정한 집단에 대해 막연하게 혐오를 보이는 것은 이 판데믹 상황을 해결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리 방역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불안을 조절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다. 불안을 다루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안에 의해 나타나는 여러가지 신체 증상들도 무엇인가 새로운 병이 생겨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같이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주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과 지금 나의 감정을 나눠 보는 것도 좋다. 감정을 나눔으로써 힘든 마음은 반이 되고 좋은 마음은 두 배가 될 수도 있다. 혼자 이야기해 보거나 글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요즘같이 외부 생활에 제한을 받게 되거나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균형 잡힌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TV에만 빠져 있기 보다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들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재택 근무를 하거나 집 안에서 격리 생활을 하더라도 평상시처럼 규칙적인 시간을 정해서 생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긍정적인 일들을 해 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작은 일이던 큰 일이던 나와 우리를 위해 의미가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리적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연결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사회와도 연결을 끊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병이란 대개 언젠가는 해결이 되게 되어 있다. 언젠가는 끝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온 국민이 함께 힘을 합쳐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면 조금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