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16 May 2020

기획특집 - 유전체 산업 발전에 따른 법 개정의 필요

김 경 철강남메이저병원(구, 강남미즈메디) 경영원장,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유전자 전문위원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 연구와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유전체 관련 법과 정책은 낙후적이다. 특히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이하 생명윤리법) 및 개인정보법, 의료법 등이 얽혀있고 문자적 해석에 얽매이면서 새로운 의료 발전과 산업의 확대에 장애물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필자는 의료계, 산업계 그리고 학계에 있음과 동시에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현장에 있다. 그 경험에 비춰 몇 가지 이슈들에 관해 정책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헬스케어의 범위는 이제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기법의 발전으로 인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즉 아직 질병이 일어나지 않는 단계에서 질병의 유전적 감수성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헬스 케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전체 검사 역시 진단 중심에서 질병의 예측 및 예방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기존의 진단과는 다른 기준과 의미를 두고 검사의 범위와 주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질병 유전체 검사는 2005년 생명윤리법이 제정된 당시 금지 혹은 제한된 유전자 (대표적으로 치매 유전자인 APOE 유전자)는 15년이 지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DTC로 APOE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것과 극명히 비교된다. 근거가 충분한 유전자 검사는 보다 자유롭게 검사가 될 필요성이 있다.

둘째,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개인 데이터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기존에 질병의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그 전문성에 비춰 대체적으로 의료기관이 일정 기간 소유를 하고 개인이 데이터를 얻고자 할 때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 의무기록을 복사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유전적 데이터는 그 종류에 따라 용량이 의료기관에 저장하기에는 지나치게 커서 현실적으로 보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유의 주체가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이라는 점에 더 당위성을 가진다. 따라서 환자가 능동적으로 의료인에게 개인 데이터를 공유해 의학적인 결정에 참여하는 ‘참여의료(Participatory medicine)’의 개념도 등장한 것이다. 현행법상 DNA는 즉시 폐기하게 되어 있지만 플랫폼의 발전으로 인해 한 번에 많은 양의 유전자검사가 가능해지면서 이에 따른 데이터의 폐기 혹은 보관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허용된 항목의 유전자 정보들 외에 훨씬 많은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는 폐기 또는 보존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나머지 데이터가 폐기돼야하지만 데이터의 자기 결정권 또는 불필요한 추가 채혈 없이 반복적인 분석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보관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산업도 점차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셋째, 현행 유전자 검사는 소위 포지티브 방식 즉, 등록된 유전자만 검사가 가능한 방식이다. 특정 유전자를 검사하려면 최소 2개 이상의 근거 논문이 제출되어야만 의료기관이나 개인에게 유전자 검사를 허가해주는 방식인데, 이는 빅데이터 AI 기반의 새로운 트렌드와 맞지 않는 방식이다. 즉 기존의 질병연관성 논문에서 제시한 소수 유전자의 발굴이라는 통계 방법이 최근 머신러닝을 통해 유전자를 특정하지 않고도 질병을 진단, 예측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기에 기존의 포지티브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인 것이다. 충분한 숫자가 확보가 된 공개데이터에서 개발된 AI 방식의 유전자 분석법이 허영되도록 생명윤리법의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넷째, 전세계 최초로 NGS에 대해 급여 정책을 시도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허용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기반 암패널 검사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고 전국의 70여개가 넘는 대학병원들이 앞다투어 NGS 장비를 도입했지만, 현장에서 NGS 패널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저조하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고 자체 분석 능력이 떨어짐에도 의료기관에 한 해 NGS 장비만 있으면 허가해주었으나, 막상 전문적인 유전체 분석 회사들이나 연구소 같은 비의료 기관에는 허가하지 않은 제도의 모순 탓에, 유전체 산업도 일어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도 적은 편이다. 일반 임상 검사와 달리 NGS 검사는 장비의 업데이트와 분석 기술의 고도화 속도가 빨라 많은 투자와 숙련된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유전체 전문 회사들의 경쟁력이 더욱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날로 고도화되고, 전례 없는 새로운 검사 및 치료법이 유전자 분석의 발달로 더욱 유연하고 발전된 관련 법 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동시에 의료계의 구성원들도 윤리적, 법적 이슈가 더욱 복잡하고 첨예한 분야인 점을 명심하여 기술은 발전하되, 그 발전의 방향이 환자와 고객의 안전과 행복으로 연결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한의학회(http://www.kams.or.kr)
(06762)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