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상시험 및 시판후조사 현황

국내 임상시험은 2006년 218건에서 급격히 증가하여 2012년 이후 연 600건을 돌파하였다. 2016년 628건이 승인되었는데, 이중 국내 임상시험이 57%, 다국적 임상시험이 43%를 차지한다. 임상시험 단계별로는 3상 임상시험이 가장 많아 전체 1/3을 차지하며, 연구자 임상시험이 10년 전 7%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최근에는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임상시험 실시기관은 전국에 174개 기관이 지정 받았으며, 이중 서울과 경기지역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임상시험은 서울의 4개 대형병원에서 전체 임상시험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실정이며, 이로 인해 서울이 도시 별 임상시험 건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다국가임상시험의 전세계 점유율은 2.1%로 세계 7위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의약품 재평가사업은 1975년부터 시작되었으며 2014년까지 약 5만8천 개 의약품에 대해 효과를 재평가하기 위한 4상 임상시험을 2-3차 의료기관에서 수행하였다. 1995년 신약 재심사제도가 시행되어 2015년까지 1,917 품목의 재심사가 시행되었으며, 임상시험과 달리 일차진료기관도 참여하고 있다.

의약품부작용 보고는 2006년 6,239건이었으나 2006년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지정된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2016년 22만8천건에 달한다. 이중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서 보고된 부작용이 16만 4천 건으로 전체 보고의 71.5%를 차지하고 있으나 병의원의 보고는 3천 건에 불과해서 전체 보고의 1.3%에 그쳐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2012년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자료에 의하면 원외보고 비율이 1% 이하인 기관이 전체 21개 기관 중 52%를 차지하였고, 이중 5개 기관은 원외보고가 1건도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부작용 보고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자발적 보고라기 보다는 정부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대형병원 중심의 수동적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일차진료에서 임상시험 현황

일차진료에서 임상연구가 활발한 사례로 영국의 Clinical Practice Research Datalink(CPRD)와 미국의 Primary Care Practice-Based Research Networks(PBRNs)을 꼽을 수 있다. CPRD는 영국정부의 기금으로 674개 의원에서 1,130만 명의 환자 의무기록을 수집하여 다양한 임상연구와 임상시험까지 수행하고 있다. 약물 및 의료기기와 관련된 연구로는 약물사용양상, 순응도, 약물감시, 약물역학, 약물경제학 및 특허연장 연구 등이 수행된다. 임상시험은 수천 명의 개원의로 구성된 Primary Care Research Networks(PCRN)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과 전자의무기록을 활용하여 무작위배정이나 3-4상 임상시험이 일차진료기관에서도 용이한 환경이다.

미국에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해당하는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 Quality(AHRQ)에서 PBRNs을 후원하여 조기진단, 치료, 예방과 관련된 연구와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 개의PBRN에 최소 15개에서 최대 수백 개의 일차진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차진료에서 임상시험과 시판후조사 현황

우리나라에서 일차진료기관이 임상시험에 참여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윤리가 강화되면서 1-3상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면 해당 기관이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야 하고,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 및 연구자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일차진료기관은 1-3상 임상시험과 의약품재평가 사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2016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난임시술의약품이 일차진료기관에서 주로 사용되므로 해당 기관이 임상시험에 참여 가능하도록 조치한 사례가 있다.

신약재심사와 같은 시판후조사는 개원의사의 참여가 비교적 용이한데, 재심사제도를 만든 일본(증례 수 제한 없고, 조사비 3만엔)과 비교하면 증례 수와 조사비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여 연구참여에 대한 동기부여가 낮아 양질의 조사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품 부작용보고는 원칙적으로 지역의약품안전센터가 중심이 되어 해당 지역의 의료기관들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데, 실제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로 지정된 대형병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일차진료기관은 들러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차진료기관에서 시판후조사 경험 사례

2006-7년 개원의사 48명과 함께 2천 여명의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시판후조사를 수행하였다. 연구자교육 참여, 매주 환자 중앙등록, 12주간 효과와 안전성 추적조사, 증례기록지 작성과 회신 등 대학병원 못지않게 완벽하게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 유효성 평가를 대상자의 85-89%에서 완료하였고, 원저논문 2편을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와 대한가정의학회지에 게재하였다. 상기 시판후조사를 통해 개원의도 여건만 마련된다면 양질의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일차진료기관에서 임상시험 참여 방안

임상시험에 일차의료기관을 적극 참여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첫째, 대한의사협회 내에 기관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임상연구에 대한 윤리적 감시와 임상시험에 관한 연구자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둘째, 의협 산하에 개원의사 연구망을 구축하고, 일차진료기관에서 필요한 임상연구와 다양한 임상시험을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셋째, 개원의사의 연구참여에 대한 유인책으로 임상연구 참여에 대한 홍보, 연구참여에 대한 연수평점 부여, 개원의사 연구상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한다. 넷째, 지역의약품안전센터를 의협 내에 유치하여 부작용보고 및 약물연구를 일차진료기관에서 활성화한다. 대한약사회는 2013년 지역의약품안전센터를 유치하여 국가연구비로 약국중심의 부작용보고를 이미 하고 있다.

정부, 산업계 및 범의료계 차원에서는 일차진료기관이 임상시험 및 시판후조사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다음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자격을 갖춘 개원의사는 임상시험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도보완이나 대학병원과 협력관계 방안을 마련한다. 재심사제도 등 시판후조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의료계와 산업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한다. 임상시험이나 시판후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