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오전 8시(한국시간) 국제편집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 http://icmje.org)는 12개 위원 편집인이 발행하는 학술지를 통하여 동시에 ‘Data Sharing Statements for Clinical Trials: A Requirement of 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제목의 성명을 사설(editorial)로 출판하였다. 이 권고는 2년에 걸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서 정리되었는데 4000여 회원 학술지가 준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여러 임상시험연구가 활발하므로 미리 준비하여 계획하여야 그 결과를 차질 없이 출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권고는 임상연구의 결과는 연구자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피험자의 헌신으로 얻은 것이므로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국제표준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하였다. 임상시험의 원자료를 연구자들에게 공유하여 활용하게 함으로써 동일 반복 시험을 줄이면서 관련 연구가 내실 있게 수행되고, 같은 분야의 메타연구가 더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을 기대하는 조치에 해당한다. 즉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연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최소한의 피험자 연구로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배경이다. 지금까지 연구자 개인의 지적재산권으로 인식하고 있던 피험자의 자료를 연구자가 설정하는 수준으로 같은 분야 연구자들과 공유하여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편집인에 따라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학술지도 여럿 있다.

이 권고의 핵심은 연구자가 임상시험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출판하려면 2018년 7월 1일부터 투고하는 경우 편집인은 자료공유계획서(Data Sharing Plan)를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과, 2019년 1월 1일부터 참여자를 모집하는 임상시험은 임상시험계획서와 함께 자료공유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표로 계획서에 담을 내용을 1-4단계로 구분하여 공유대상 내용의 범위, 시기, 대상 연구자 등을 포함하여 기술하도록 하였다. 어떤 경우도 자료는 익명화하여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 1단계는 개개인의 원시 정보를 가장 많이 결과물 출판과 동시에 요청자 모두에게 공개하는 적극적인 공개계획이다. 2, 3단계는 내용을 원시 자료가 아니라 정리된 중간 자료를 공유하며 시기와 대상자에 대한 제한을 부분적으로 두는 것이고, 4단계는 비공개이다. 즉 연구자가 개별 사안마다 단계별로 선택하여 계획서를 준비할 수 있고 4단계 즉 비공개를 사안에 따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연구자의 계획은 전적으로 연구자가 결정하고 출판하려는 학술지 편집인이 수용여부를 판단할 일이다. 즉 연구자가 비공개하는 내용으로 계획서를 제출하였는데 편집인이 비공개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그 학술지에 출판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임상시험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우리 의학계도 이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가 받는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여 실행해야 한다. 우선 원시 자료를 미국 등 선진 연구자들에게 모두 넘겨주어 우리가 임상시험연구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 반대로 우리가 경쟁력있는 분야의 원시 자료를 확보하여 우리 연구가 더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연구결과의 원시자료를 지정한 곳에 제출하여 편집인이나 심사자 또는 독자가 볼 수 있도록 요구하는 학술지가 있다. 또한 자료에 따라서 원시 자료 공개가 민감하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원칙적으로 연구자가 해야 한다. 또한 영상자료처럼 디지털자료의 용량이 커서 이를 보내고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이 원시자료를 글로벌하게 연구자가 공유하려면 자료를 준비단계에서부터 표준화해야 하고 넣고 찾기 쉽도록 표준화된 코드로 저장하여 색인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는 WHO를 비롯하여 임상시험연구 등록기관에서 기탁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성과물은 가급적 국내 시스템이 기탁 받아 보관하면서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려면 우리나라에 임상시험 자료공유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임상시험연구계획을 등록하는 시스템(CRIS)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그 시스템을 보강하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에 따라서는 기관연구윤리심의(IRB) 단계에서부터 이 계획서를 같이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공유할 계획이 없는 연구는 아예 시작도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자에게는 부담이 하나 늘어난 셈이지만 글로벌 학술 측면에서는 장점이 많다. 일단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임상시험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이 각 전공분야별로 이 권고를 우리나라에서 적용하는 데 생길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권고 자체에 반영할 내용과 우리나라 제도에 반영할 내용도 있을 것이며 모두 우리가 적극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제 남은 일 년 동안 충실하게 준비하여 우리 연구자가 이 제도에 의하여 손해 보지 않고 득을 보면서 최대한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