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대하여 국립국어원이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고 있다. 첫째는 ‘자연과학, 응용과학, 공학 등의 체계적인 지식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으로 정의하고 있고, 이는 구체적으로 과학기술(technology)에 해당한다. 둘째는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으로서 영어로 technique에 해당한다. 또한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국가·지방자치단체·보건의료기관 또는 보건의료인 등이 행하는 모든 활동’으로 보건의료기본법에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보건의료기술(health technology, HT)은 ‘건강증진,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또는 재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과학 이론을 적용한 중재수단’으로서, 구체적으로 보건의료를 위하여 사용되는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술기, 조직적인 시스템 등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R&D)의 산출물 형태로 임상에 적용된다.

보건의료기술 중에 의약품의 연구개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약물의 수용체에 해당하는 생체 타깃분자의 발굴·검증이 선행된 후, 이 타깃분자와 결합 가능성이 있는 수만 종의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대상으로 초기유효물질(Hit)이 선별되고, 결합력이 보다 높은 선도물질(lead)이 도출된다. in vitro 및 in vivo 실험을 통하여 최적화된 선도물질이 도출된 후 GLP 수준의 전임상시험을 통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을 만족한 경우에 임상시험용의약품(IND) 승인이 이루어진다. 이후 탐색적 임상시험(임상 1상 및 임상 2a상) 및 확증적 임상시험(임상 2b상 및 임상 3상)에 이어서 신약승인(NDA)을 신청한 후 해당질환 환자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의 기준을 충족한 경우에 새로운 의약품으로 제조·시판 허가를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신약 연구개발 과정은 기간이 매우 길고(약 15년), 천문학적인 비용(약 1조 5천억 원 이상)이 요구되면서, 최종 제품화 성공률은 대단히 낮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약 R&D의 마지막 단계이면서 전체 연구개발비의 거의 3분의 1이상이 소요되는 임상 3상의 성공률이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약 1조 원을 투자하여 제품화한 리피토(고지혈증 치료제)를 통하여 약 150조원의 매출 실적을 달성한 화이자의 성공 신화도 있기 때문에, 신약 연구개발의 특성은 한마디로 도박(gambling)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HT R&D)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중에서 1993년 문헌에 최초로 제시된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대한 개념 이해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중개연구를 한마디로 ‘과학적 발견을 임상적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HT R&D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적용이 이루어지는 병원과 같은 의료현장에서 제시된 미충족 의료수요(unmet medical needs)에 기반을 둔 R&D가 필수적일 것이다. 또한 기초연구단계, 응용연구단계, 개발연구단계 등의 HT R&D 전주기 과정에서 산·학·연·병의 전문가 분석이 직렬식이 아닌 병렬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상시험 단계에서의 성공률 저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R&D 투자 비율이 GDP대비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국내 R&D 생산성이 상응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국내 보건의료 산업의 국가 경쟁력이 국민의 눈높이 수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 HT R&D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걸림돌 중의 하나가 산업체를 포함한 민간 R&D 재원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정부 HT R&D 투자비는 약 1.3조 원으로 미국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지만, 일본 정부 HT R&D 재원의 3분의 1정도에는 접근했다. 그러나 국내 민간 HT R&D 총 투자비가 연간 약 1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나 로슈와 같은 세계적인 제약회사 하나가 연간 약 10조 원을 투자한다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임상 3상을 수행하는데 수천억 원 이상이 소요되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현 상태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의 국내 개발은 요원할 것이다. 최근에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신화가 회자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경우 15년 이상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집중하였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신약후보물질 개발로 결실을 얻었다. 정부 R&D 투자에 의해서는 HT R&D에 적절한 인력양성과 R&D 환경기반이 조성되고, 더불어 공공적이거나 창의적인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에 의해 경쟁력 있는 pipeline 개발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체에는 자체 개발하였거나, 정부 지원에 의해 연구·개발된 후 기술이전을 통해서 유입된 유망한 pipeline에 대한 개발 투자를 통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블록버스터 보건의료기술 창출이 요구된다. HT R&D 부문에서 정부 및 민간 투자의 역할 분담과 개선점에 대해 함의를 모아야 할 때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