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 및 질병극복이 목적인 보건의료 R&D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미충족 의료수요가 적절히 해석되어 연구주제가 설정된 후 목적달성을 위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개방형 협력연구 체제를 구축하고 '이어 달리기' 식의 '직렬'이 아닌 '같이 달리기' 식의 '병렬개념'의 질 관리(quality management)가 필수적이다. 이는 '연구의 사회적 책무성'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실제적이고 과학적으로 구현한 융복합적 'Translational Research'이며, 우리니라에서는 중개(仲介)연구로 일본 및 중국에서는 병진(竝進)연구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보건의료 R&D의 나아갈 방향은 중개연구의 개념을 충실히 반영함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필자가 지난 2012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중개연구단장 직을 맡을 당시만 하더라도 중개연구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기초연구와 임상적용연구(임상시험)를 연결하는 이어달리기 식의 bridge study [가교(架橋)연구]로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현재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중개연구를 가교연구와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필자가 중개연구단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R&D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우선적으로 논하고 싶은 문제점은 "미국, 영국 등 선진 외국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중개연구의 개념을 숙지한 연구자 교육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음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예를 보면, CTSA (clinical and translational science awards) 프로그램 운영에 (2013년 기준) 4.9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체계적인 중개연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2013년 당시의 우리나라는 중개연구 교육과정도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고 중개연구자 교육이 자리를 잡지 못한 실정이었다. 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2011년에 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연구중심병원 전환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인프라 투자부담(69%)과 우수 연구인력 확보(61.5%)가 제시된 사실로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보건복지부에서는 2013년에 중개연구 개념을 확실히 정립하고 중개연구자 교육과정뿐 아니라 이를 산업화에 연계할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기획연구들을 진행하여 2014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중개연구 개념을 숙지한 연구자 교육양성을 보건의료 R&D의 중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연구의 사회적 책무성’을 과학적으로 구체화시킬 역량을 지닌 연구자들이 점점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특히 본 문제는 의학 계열의 대학원 교육 정상화와도 관련된 사안으로 현재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상당수에서 의학 계열 대학원 교육을 통하여 중개연구 개념이 교육되고 있다. 이상적인 연구기획은 '미충족 의료수요 발굴', '개방형 연구생태계 구성', '연구 질 관리 체계 가동'이라는 명제에 합당해야 하는데 과거의 연구기획은 이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 이유는 중개연구의 개념이 최근에야 확립되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현재, 중개연구의 올바른 개념 확산과 교육이 진행되면서 보건의료 R&D의 기획이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더 큰 문제는 평가의 개선에 있다.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보건의료 R&D 평가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이유로 현행 평가는 기간이 짧고 서식 및 방법이 실제 연구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측면이 일부 있으며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평가할 역량을 지닌 평가자 pool의 확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본 문제점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충분한 평가기간이 보장되어야 하고 평가서식이 현실에 부합하도록 구성되면서 서면평가는 연구 과제의 전체적 타당성 및 가치를 파악하고 구두평가는 연구자의 과제수행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파악하며 현장평가는 연구자의 연구수행 인프라를 파악함을 목표로 하는 차별화된 합목적적인 단계별 평가가 요망되며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판단할 평가자 pool의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중개연구단장으로 재임하면서 평가기간을 1달에서 2달로 늘리고 단계별 평가서식을 개선하는 등 노력을 하였으나, 미국 NIH와 같이 6-12개월의 평가가간을 확보함은 불가능하였다. 그 이유는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국책연구비를 기금 형태로 관리하여 충분한 평가기간을 확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1년 단위로 국회에서 의결되는 예산으로 국가연구비가 집행되기 때문이다. 즉, 예산 구성, 국회 심의·의결, 예산 집행 등의 복잡한 과정 속에서 충분한 평가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애로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기금방식의 국가연구비 운영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공정하고 전문적인 평가위원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현안이지만, 필자가 중개연구단장 재임 시에는 구체적으로 손을 대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전산관리되는 평가자 pool 중에서 공정한 평가를 위한 여러 제척사항을 준수하면서 각 분야별로 공정성과 전문성을 지닌 평가자들을 무작위적으로 선발함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많은 양질의 평가자들을 발굴하여 전산등록함으로써 pool을 넓혀야 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한 제척사항을 유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이며, 평가자에 대한 교육과 적절한 보상 등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다행히도 보건복지부에서는 2015년에 평가체계 개선을 위한 여러 기획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개선방안이 도출되리라 전망한다. 국가 R&D 과제가 성공리에 마무리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그 동안 논문, 특허 등의 산출물에만 치중된 반면 R&D 자체의 목적달성에 대한 관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R&D의 목적에 합당한 연구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해당 연구의 성과확산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의 합목적적 질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에 필자가 중개연구단장으로 재직 시 연구제안서에 연구 질 관리 항목을 추가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고자 노력하였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15년에 연구관리 및 성과확산을 위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 조직개편을 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부는 논문, 특허 등의 산출물이 아닌 성과 확산 측면에서의 국가 R&D사업 상위평가를 시행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본 문제 또한 개선되리라고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의 R&D 예산은 전체 국가 R&D 예산의 3% 정도로 타 부처에 비해 매우 적은 실정이다.('14, 미래창조과학(과학기술)부; 34.3%, 산업통상자원(지식경제)부; 18.3%, 교육부; 9.1%, 보건복지부; 3% 등) 이는 가시적 성과를 낼 규모적 측면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있으며 건강증진 및 질병극복을 목표로 한 보건복지부 R&D의 특징 상 연구결과물이 실용적 성과 창출로 바로 이어지기 힘든 측면이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더더욱 그러하다. 2012년 우리나라의 총 연구개발비는 55조 4,501억원으로 GDP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36%로 막대하다.(GDP 대비 총 연구개발비 비중 세계2위권, 규모로는 세계 5위권) 그리고 정부 R&D 예산은 '14년도 17.7조원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7.5% 확대되어왔다. 그런데 2012년 기준 보건의료 R&D 예산은 약 1.1조원으로 전체 예산(16조원)의 6.9%이고 보건복지부 R&D 예산은 3,985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2.6%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14년 보건복지부 R&D 예산; 4,615억원) 반면, 세계 주요국들은 보건의료를 지속가능한 신성장분야로 인식하고 정부 전체 R&D 대비 보건의료 R&D에 우리나라보다 높은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보건의료 R&D 예산 비율, EU: 25.2%, 미국: 24.1%, 영국: 18.0%, 일본: 8.4%, 한국: 5.9%) 미래창조과학부 및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각각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독립된 R&D 전문관리체계(specialized management system)를 구성하고 있는데 반하여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내 'R&D진흥본부'와 '질병관리본부' 및 '국립보건연구원', 그리고 '국립암센터' 내 '암정복추진기획단' 및 '연구소'로 분산된 'R&D 수탁관리체계(entrusted management system)'를 가동하고 있다. 이는 보건의료 R&D 발전의 장애요소로 수년 전부터 내외부에서 지적되어 온 현안으로 보건의료 R&D 관리의 비효율화를 초래하고 보건의료 R&D 성과확산을 위한 노력에 장애가 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평균 기술수준은 최고 선진국 대비 76.5%이나 의료분야는 73.2% [※ 정보·전자·통신(84.8%), 환경·기상(79.9%), 건설·교통(78.8%), 바이오(72.5%)]로 평균보다 낮아 R&D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KISTEP, 2011)임을 감안할 때 본 문제의 해결을 위한 면밀한 검토와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이상,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우리나라 보건의료 R&D 관련 국가 연구비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간단히 기술하였으며, 정리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선진외국에 비하여 국가 R&D 투자 비중이 낮고 국내 타 분야에 비하여 R&D의 특징과 규모, 그리고 관리체계 측면 등의 하드웨어(hardware)가 열악한 상황에 있는 보건의료 R&D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R&D의 효율화를 극대화시키는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우선적으로 우리나라의 현실적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목적지향적 연구목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RFP(Request for Proposal)가 구성되어야 하며 이 RFP의 취지를 충분히 숙지한 평가위원들이 가장 적절한 연구과제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선정된 후에도 RFP에 합당하게 연구가 진행되어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도록 연구의 질관리(quality control)를 행할 수 있는 기획(plan)-실행(do)-평가(see)의 선순환 통합관리구조가 가동될 수 있도록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중기('2011~'15년) 잠재성장률은 3.7%로 지난 5년('2006~'10년) 4.0%에 비해 0.3%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11년) 그리고 2010년 OECD에서는 우리나라의 실절성장률이 장기적으로 3.7%('2011~'15년)에서 1.9%('2016~'25년)로 하락하리라고 예상한 바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R&D(보건의료 포함)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은 보건복지부 뿐 아니라 국가 R&D를 관장하고 있는 모든 정부부처에서 시급히 행하여야 할 현안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