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NEWSLETTER No.156 January 2024

이임사

정 지 태대한의학회 제24대 회장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임기를 시작하여 정신없이 3년을 보내고 이제 후임 회장에게 많은 짐을 넘기고 떠납니다 그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신 회원 학회 여러분, 학회 임직원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요즘처럼 의료계가 어려운 시기에 이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큰 짐을 벗는 느낌이 있어 홀가분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미래를 생각하면 우울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의사를 거론하면 항상 희생과 봉사, 사명감을 앞세우는 정치인,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도대체 정부가 의료계를 위해 무엇을 했길래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고 사명감을 일해 달라는 말을 하는지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것이 선진국 정부이고, 선진국 공무원이고 선진국 국민의 자세라고 믿습니다, 그것만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인데, 모두들 딴 다리만 긁고 있고, 의사들 중에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어, 국민은 묘한 착시현상으로 의료계를 바라보며, 의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연초에 발생한 야당 당수에 대한 테러의 수습과정을 보면서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말잔치일 뿐이지 어디에도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의료계는 험한 길을 갈 일만 남았습니다. 포용과 통합이라는 말을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 3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민도 의료계도 힘들었는데, 앞으로는 의사만 힘든 시절이 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제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초등학생이 의과대학을 들어갈 무렵이면 대한민국의 의료가 완전 붕괴되어 희망이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집단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여야 합니다. 지금은 정부도 여당 야당도 그래 보이지 않습니다. 4월 총선만이 문제이고 무슨 수를 쓰든 이기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저들은 이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까지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줄어드는 인구와 비례해서 인재의 적정한 배분에 대한 논의도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의사를 늘려 국가의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연구가 필요합니다. 학령기에 있는 최상위권 인재 모두를 의사로 만들면, 전기, 전자, 정보, 생명공학 등의 미래 지향적인 산업에 일 할 인재는 어디로 가고, 기초과학을 할 인재는 어디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많은 우려만 남은 의료계를 떠나지만, 의료계가 모두 힘을 합쳐 한 목소리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를 바랍니다. 떠나더라도 늘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미력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간 많은 도움 감사드립니다.


대한의학회(https://www.kams.or.kr)
(06653)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대로 14길 42, 6층/7층 (서초동, 하이앤드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