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역사 기록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자현미경이 개발되어 바이러스 입자가 존재하는 것을 증명하고 그 입자가 감염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사실 괴질의 유행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1647년에 나타나기 시작한 황열로 인해 미국,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였고 그 중 많은 사람이 사망하였다. 이러한 감염병인 황열에 대해 연구하던 중 1947년 우간다의 지카 밀림지역에서 서식하는 원숭이에서 지카바이러스를 처음 확인하였다. 이 지카바이러스의 사람 감염에 관하여는 1968년 나이지리아에 거주하는 사람에게서 이 바이러스가 분리됨으로써 확인되었다.

1981년까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 분포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 국한되어 있었으나, 2007년 태평양의 얍(Yap)과 201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를 거쳐 2015년에 남아메리카(브라질과 콜롬비아)와 아프리카(케이프 베르디)로 확대되었고 이어 남아메리카 13개국 이상에서 보고되는 등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2015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2016년 6월 22일 기준 총 61개국에서 발생이 확인되었다.

지카바이러스의 주요 매개모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zypti)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매개모기로 알려져 있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으나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흰줄숲모기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교통발달로 인하여 교역과 여행객이 증가하고 기후변화로 인하여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던 곤충 매개 감염병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한반도도 점차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등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어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아직까지 밝혀져 있지 않은 곤충 매개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유행할 수 있으므로 국제협력 등을 통한 면밀한 감시와 방어대책이 필요하다.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감염자 5명 중 1명, 약 20%만이 증상을 나타낸다. 증상으로는 발열, 발진, 관절통, 안구 충혈 등이 나타나지만 하루내지 수일, 길어야 일주일이면 증상이 호전된다. 이렇게 증상도 심하지 않고 치명적이지 않아서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와 치료 및 백신개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접근 방법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많은 감염병의 경우 적합한 동물모델이 없으며 이에 따라서 실제로 감염병이 확산되어 병을 일으킨 후에야 정확한 증상 및 후유증 등을 밝힐 수 있으므로 이런 예측이 가능한 모델의 정립과 이를 이용한 위험성 분석법 등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지카바이러스는 일상적인 개인 간의 접촉에 의해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더 나아가 배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어 성접촉에 의해 전파가 가능하다. 또한 감염자의 정액은 혈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발견되나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발견되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유행 지역을 다녀온 경우에는 콘돔을 사용하는 등 바이러스의 전파를 예방하여야 한다. 혈액을 통한 전파도 가능하므로 유행 지역을 여행한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헌혈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임신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소두증 아이를 낳는다고 확정 짓기는 어렵지만 임신 초기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태아에게 소두증의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2개월 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국가에는 임신부가 여행하는 것을 출산 이후로 연기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마비성 신경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발병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발열, 발진 등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혈액, 소변 검체에서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으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하여 진단한다. 혈액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나 소변에서 검출되는 경우도 있어서 진단에는 소변검사를 꼭 포함하여야 한다. 또한 급성기 혈청에서 IgM 항체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으나 다른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하는 뎅기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치쿤구니아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의 중복 감염이나 교차 반응을 고려하여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였다. 이에 따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및 의심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은 관할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현재까지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특이한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매개하는 모기는 뎅기바이러스, 치쿤구니아바이러스, 황열바이러스 등을 매개할 수 있으며 주로 낮 동안에 흡혈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7-8월은 지카바이러스가 유행중인 지역인 남아메리카는 겨울로 접어들어 모기의 활동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되나 주의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그 지역을 방문한 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국내에 들어온 환자들이 보고되어 있고 모기가 활발히 활동하는 계절이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국가를 여행할 예정이라면 개개인의 수준에서 긴팔 소매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