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문의 제도는 해당 전문과목학회가 전문의 자격을 인증해 주는 선진국과는 달리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장관이 자격을 인증하는 관주도의 전문의 제도이다.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도 보건복지부 고시로 규정되어 있어 정부의 허락 없이는 교육과정조차도 바꿀 수 없는 경직된 제도이다. 전공의 수련교육 제도는 수련 기간과 수련교육 내용 등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개선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제도는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공의를 교육하고 전문의 자격을 발급하여 전문의를 양성하면서 실무 과정은 전문가들에게 위임하고 있다. 즉 대한의사협회에는 전문의 자격시험을 위임하고 대한병원협회에는 수련관련 업무를 위임하고 있다. 이 일을 맡은 두 협회는 산하에 고시위원회와 병원신임위원회를 두고 전문 과목학회의 도움을 받아 전문의 고시와 수련실태조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 최근 고시업무는 대한의사협회의 산하단체인 대한의학회로 이관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련교육과정은 보건복지부고시로 규정되고 있는데 각 전문과목학회의 수련교육 목표와 년차별 교육내용을 간략하게 기술하고 있다. 구체적인 역량(COMPETENCY) 중심의 표현이 아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내용이 기술되고 있으며 교육방법과 교육의 성취를 평가하는 구체적인 평가방법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고 타당성도 미약하다. 기본의학교육에서와 마찬가지로 역량중심교육 모델이 전문의교육 과정에도 중요하다. 역량은 전문의 수련을 마친 후 바람직한 전문의가 갖추어야 하는 지식, 태도 및 술기를 말하는 것이다. 역량에는 공통역량과 전문역량이 있는바 교육과정에는 두 가지 역량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앞으로는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적절한 교육방법을 이용하여 교육 후 적절한 평가 방법을 통해 역량의 성취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여야만 사회가 요구하는 믿을 수 있고 역량 있는 전문의를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대한의학회는 수련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공의의 효율적 수련을 위한 전문과목별 수련과정 개편 연구"에 착수하였고 평가 방법 중 보편성을 가진"e-portfolio 구축방안"도 자체 연구 중에 있다. 오늘날 전공의를 수련교육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값싼 의료 인력으로 간주하여 수련의 질적인 수준을 보장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수련의도 이러한 점을 중시하여 그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일각에서는"전공의 특별법" 제정 하려는 움직임까지도 일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만한 양질의 전문의를 양성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가진 의학계가 책임을 절감하고 스스로 전문성과 책무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그동안 왜곡된 전문의 제도와 졸업 후 의학교육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먼저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학회가 모인 대한의학회와 수련의 현장을 운영하는 병원들의 집합인 대한병원협회가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 수련환경의 개선을 위하여 현재 복지부에서 주관 하는 "수련제도개선 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가 협의하여 미국의 ACGME(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와 유사한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ACGME는 미국에서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인증을 담당하는 비영리 민간기구로서 미국의과대학협회, 미국전문의학회, 미국병원협회, 미국의사협회 등 다양한 참여기구에서 이사를 파견하여 구성된 단체이다. 대한의학회는 정관에 명시된 전문의제협의회의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전문의 제도의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 연구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