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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년이란 임기를 마치고 이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회원학회의 회장님, 이사장님, 대한의학회 고문·자문위원님 그리고 3년간을 저와 함께 하신 의학회 부회장님, 이사님, 감사님을 비롯한 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훌륭한 다음 회장님께 책임을 넘겨 드리게 되었습니다.

떠나는 입장이 되면 항상 아쉬움과 지난 임기를 돌아보면서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후회의 감상에 젖게 되지만, 여러 가지 공과를 떠나, 한 가지 뿌듯한 자부심으로 다가오는 것은 선대 의학회 회장님들께서 이어오신 의학회의 훌륭한 전통과 가치를 지켜왔다는 점입니다. 창립 이래 의학회는 의료계 안팎으로부터 다양한 요구를 받아 왔지만, 그때마다 ‘눈앞의 이익’이나 임시방편이
아닌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한’ 그리고 ‘옳고 그름’에 따른 판단과 입장정리라는 훌륭한 전통을 이어 왔습니다.
의료계의 많은 단체 중에서 의학회가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고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켜왔기에 의학적 판단의 최후 보루이자 종주단체로서 위상과 신뢰를 인정받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어 이제 의학회는 의사 회원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단체로부터 의학계의 ‘헌법재판소’와 같은 권위와 존경을 받는 단체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이임을 하면서 제 임기 중에 있었던 몇 가지 중점사업을 한번 돌이켜 보고자 합니다. 저희 집행부 출범 초기부터 대한의학회는 개원의를 포함한 모든 의사회원들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의학회 최초로 개원의를 상임이사로 모시고 e-newsletter를 제작하여 전 회원에게 의학회의 소식을 전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시대적인 의료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타성적으로 존속하고 있는 인턴제도를 포함한 전문의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의학회를 중심으로 단일안을 마련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의학계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법적 제도적 개정 절차를 밟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 논란이 된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관해,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와 공동으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정하였습니다. 의사들이 의료분쟁을 우려해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어느 정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양식 있는 국민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했고 사회적인 공감대와 의료 문화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
많은 회원학회가 학술활동과 관련한 세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어 의학회에서는 회원학회가 기본적으로 학회 학술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회원학회를 위한 세무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하였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많은 학회들이 세무 관련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학학술지로 성장한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nece는 격월간으로 발행되던 간기를 월간으로 전환하여 논문 적체 현상을 해소하였으며 오픈 억세스(Open Access) 저널을 선언하여 한국의 최신 의학연구 성과를 세계어디서든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공익성을 강화하였습니다. JKMS를 필두로 하여 우리나라의 많은 의학학술지들이 SCI를 비롯한 국제 색인기관에 등재되었고 최근 3년 동안 엄청난 속도로 학술지 국제화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건강정보를 학문적으로 평가하고 인증할 수 있는 건강정보 심의 사업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국가건강정보 포털을 운영하게 된 것은 국민들에게 검증된 건강정보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회원학회의 도움으로 ‘한국형 장애평가 기준’을 의학적·과학적인 방법으로 개발한 것은 의사의 전문성을 최대한 반영하여 사회의 공적 자원이 공정하게 배분되는 데 있어 전문가 단체의 국가적 채무를 다한 노력이었다고 생각하며 정부에서 크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학전문대학원제에서 촉발된 의사양성 체제에 관한 문제를 의과대학 학장협의회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한뜻으로 일치단결하여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은 것은 의료인들이 만들어낸 기억할 만한 선례를 남긴 훌륭한 성과입니다.
그러나 아직 의료계에는 난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의료환경 변화에 직면하여 진료지침과 근거중심의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해결되지 않은 외과계 전공의 부족사태나 전문병원제도, 세부전문의제도, 영리의료법인 등에 관한 사항도 의료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중지를 모아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명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에 따라 강화된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은 학회와 학술대회를 크게 위축시키는 사태를 가져 왔습니다. 법안의 취지와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 하지만 적용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이고 규제 일변도의 절차가 존재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 문제는 현재 과도기의 상태에 있어 회원학회의 학술활동에 피해가 없도록 계속해서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우리 의료계는 큰 변화와 도전의 시기였습니다. 국내 보건의료의 환경으로 볼 때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있지만 의료인들이 뭉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가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새 회장이 되시는 김동익 교수는 저보다 여러 면에서 능력이 뛰어나시고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하시는 분으로 정편이 나 있으므로 의학회를 위해 큰 업적을 이룩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의학회의 빛나는 전통과 가치를 한층 더 승화하는 위대한 3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그동안 저와 임기를 함께한 부회장님과 각 이사님, 그리고 감사님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여러 가지 위원회에서 활동하신 위원님들의 노고도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끝까지 잘 받쳐주신 최종상 수석부회장님께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감사를 드려도 부족한 감이 있다고 보며, 개원의로서 홍보이사의 중책을 맡아 e-뉴스레터를 제작하여 전국 의사들에게 배포하는 등 의학회의 대외 홍보를 위해 노력하신 김숙희 이사님께도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회원학회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서울시의사회 등 관련 단체의 도움과 지원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대한의학회와 함께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무궁한 발전을 이어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3월 29일
대한의학회 제20대 임원 기념 사진(2012년)